반 고흐 인생수업 -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동섭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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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초등학생조차 알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그 이름. 생전에 바랐던 대로 고흐는 그림을 통해 사람을 매료시키고, 위로하고,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일상에서 고흐의 작품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설사 고흐의 이름을 모른다 하더라도 고흐의 그림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만큼 고흐와 관련된 책도 참 많이 나와있다. 고흐의 작품 모음집. 고흐의 편지 모음집. 고흐의 작품 세계. 고흐의 일생. 고흐, 고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고흐의 작품들을 좋아한다.고흐의 그림은 어쩐지 살아있다. 나같은 까막눈조차도 그의 그림에서는 열렬히 타오르는 열정을 느낀다. 비록 원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인쇄물로 나온 그림이라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살짝 숨이 가빠지곤 한다. (그림에 영혼 조각이라도 박아 넣었나? 볼드모트야?) 남의 그림을 모작하는 것은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고흐의 그림은 몇 점 따라 그려본 적도 있고, 엉망으로 그린 풍경화를 고흐 풍의 그림이라며 제멋대로 말해보기도 했다. 고흐의 작품집을 살 것인가, 산다면 어느 출판사의 것을 살 것인가를 두고는 몇달 째 고민 중이다. 그러니 <반 고흐 인생수업>이라는 제목에 끌릴 수 밖에.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그림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면 좋을 지에 대한 작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냈는데, 솔직히 고백하건데, 몇몇 문장들은 나를 제법 불편하게 만들었다. 2004년에 1쇄를 찍었다고는 하지만 고작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대체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긴 한 건가 싶게 생각하는 바가 나와 너무 달랐다. 50쪽에 실린 빈센트와 케이에 대한 이야기는 심지어 세번을 다시 읽었다. 이걸 제정신으로 적은 게 맞아? 독자를 화나게 하는게 목적인가?


그래, 그게 목적이었다. 엉망진창인 고흐의 이런 면, 저런 삶을 보여준다. 은근슬쩍 옹호하기도 한다. 나를 열받게 한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하필 그 순간에, 고흐가 자신의 비극-다소 자처한 면이 없지 않은-을 어떻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시켰는지 이야기하며, 거기에 더해 고흐의 그림 한 점을 보란듯이 내민다. 부글부글 끓으려던 마음이 멈칫, 하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깨갱.


어찌 보면 내가 참 싫어하는 자기계발서 같기도 한데, 작가 본인이 고흐를 좋아하는 마음이 책 전체를 통해 풍겨나니 신기하게 거부감 없이 읽힌다. 매 장마다 실려있는 고흐의 다양한 그림들도 한 몫 한다. 책 초반에 울컥 하고 올라오던 감정도 어느 틈에 잠잠해졌다. 난 여전히 이래라 저래라 하는 책을 싫어하니까, 그래 결심했어! 나도 고흐처럼 살겠어!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고흐의 삶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 흡족하다. 책 초반에 스스로 썼듯, 책은 읽는 이의 목적에 따라 효용이 달라지는 것이니까(p22), 이 책의 효용이 내게 그런 것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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