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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아홉 가지 인생
도나 프레이타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곧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로즈는 드디어 남편에게서 아이를 갖자는 요구를 받게 된다. 로즈의 선택과, 선택할 당시의 마음가짐에 따라 서로 다른 아홉 가지 길이 열린다. 대단히 놀랍게도 그 끝에는 항상 같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그 결말로 가는 길이 고속도로냐, 국도냐, 오솔길이냐, 혹은 낭떠러지냐의 차이일 뿐이다. (음-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4번째 인생은 같지 않았다.) 덕분에 책을 끝까지 읽은 뒤의 입맛이 좀 쓰긴 했다. 어쨌건 로즈는 선택을 해야했다. 선택이라고는 해도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해도 욕 먹고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해도 욕 먹는 여자가 될 뿐이다. 1번과 9번 인생에서 로즈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하자마자 이혼한다. 단지 한쪽은 이혼을 당했고, 다른 쪽은 로즈가 이혼을 요구했다. 3~8번 인생에서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지만 결국 이혼은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4번을 제외한 나머지 인생들은 어떤 선택을 하건 종국에는 비슷한 결말이 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까지 나아가는 길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난다. 몇 달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때로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죽기를 바랄 정도로 증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산뜻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가, 선택의 동기가 무엇인가, 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가. 나인가, 나를 가장한 주변인인가.
선택의 동기는 무엇인가. 나를 위해서인가, 나를 제외한 주변을 위한 것인가.
잃을 것이 두려워서,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려워서 마지못해 하는 선택은 옳을까?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이건 좀 미묘하다. 또한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상대를 지금까지처럼 대하는게 쉬운 일일까? (책을 읽으며 남긴 메모 중에서)
이 책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점을 짚어준다. 나를 위한 선택을, 내 손으로 할 것.
제발, 등 떠밀지 말자. 떠민다고 밀리지 말자. 선택은 내 몫이다. 남의 선택은 남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