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과거에 잘 살아 있으므로 장례식에서 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순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순간은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예를 들어 우리가 쭉 뻗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든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고, 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수 있다. 마치 줄로 엮인 구슬처럼 어떤 순간에 다음 순간이 따르고 그순간이 흘러가면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여기 지구에사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거지.‘" - P44

그렇게 그렇게 빌리는 처음으로 시간에서 풀려난 것은 1944년, 트랄파마도어에 가기 훨씬 전이라고 말한다. 트랄파마도어인은 그가 시간에서 풀려난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줄 수 있었을 뿐이다.
빌리는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처음 시간에서 풀려났다. - P47

이때 빌리는 처음으로 시간에서 풀려났다. 그의 마음이 크게 호弧를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여 삶 전체를 통과하더니 죽음으로, 보라색 빛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누구도, 어떤 것도 없었다. 그냥 보라색 빛뿐이었다―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소리.
이어 빌리는 다시 시계추가 움직이듯이 반대쪽으로, 삶 안으로 쑥 들어가 태어나기 전으로 갔다. 붉은 빛과 거품이 보글거리는 소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랬다가 그는 다시 삶 속으로 움직여 그곳에서 멈추었다. - P62

빌리는 어여쁜 소년, 하늘에서 온 양성구유의 존재 같은 남자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와 빌리에게서 눈을 털어주었고, 이어 무기가 있는지 몸을 수색했다. 그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그들이 그의 몸에서 찾은 가장 위험한 물건은 5센티미터짜리 몽당연필이었다. - P74

빌리는 시간 여행을 했고, 눈을 떴고, 옥색 기계 올빼미의 유리 눈을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올빼미는 스테인리스 막대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일리엄에 있는 그의 진료실의 눈계측계였다. 눈계측계란 눈의 굴절 이상을 측정하는 도구다-교정 렌즈를 처방하기 위해.
빌리는 올빼미 건너편 의자에 앉은 여성 환자를 검사하다 잠이 든것이다. 전에도 일하다 잠이 든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웃겼다. 이제 빌리는 이런 상황이, 그의 정신 자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몇 살인지 기억해보려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올해가 몇 년인지 기억해보려 했다.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 P76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은 교대로 서거나 누웠다. 선 사람들의 다리는 따뜻하고 꿈틀거리고 방귀를 뀌고 한숨을 쉬는 땅에 박혀 있는 담장 말뚝들 같았다. 이 묘한 땅은 숟가락처럼 겹쳐 누워 자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였다.
기차가 동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안 어딘가에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밤에 빌리 필그림은 부랑자와 함께 숟가락처럼 누웠고, 잠이 들었다. 그는 다시 1967년으로 시간 여행을 했다-트랄파마도어에서 온 비행접시에게 납치된 밤으로. - P95

빌리는 가스스토브 위의 시계를 보았다. 비행접시가 오기까지 한 시간을 때워야 했다. 그는 저녁식사를 알리는 종처럼 샴페인을 흔들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켰다. 그는 약간 시간에서 풀려났고, 심야 영화를 거꾸로 보았고, 다시 제대로 보았다. 제2차세계대전 때의 미군 폭격기와 그것을 모는 용감한 남자들에 관한 영화였다. 거꾸로 보자,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 P98

미국 비행사들은 군복 안에서 몸이 바뀌어, 고등학생 아이들이 되었다. 이제 히틀러도 아기로 변할 거다, 빌리 필그림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장면은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 빌리는 이제 자기 생각을 이어나가고있었다. 모두가 아기로 변한다.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생물적으로 공모하여 아담과 이브라는 이름의 완벽한 두 인간을 생산한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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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고 분석하는 사람이며 자기주장이 강해선 안 되고 언제나 더 나은 단어와 문장이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출판사에 완성 원고를 보내면 그저 잘 읽힌다는 한마디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묵묵부답일 경우도 많다. 그러다 어느 날 빨간 펜 자국이 가득한 교정지가 날아온다. 나 또 여기 오역을 했네, 실수했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그러고 집에 갔더니 부엌과 안방은 폭발 직전이다.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23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서 겸손이란 다른 꿍꿍이를 감춘 음흉한 태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겸손이 세계의 실체에 접근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 김연수, 『시절 일기』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15

나는 작가가 되려는 나의 몸부림을 사치나 별난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내 일은 대개 돈이 되지 않았다.

§ 에이드리언 리치, 『분노와 애정』 - <오늘의 리듬>, 노지양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0365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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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무어Lorrie Moore의 최고 작품(이자 가장 저평가된 작품)인 반反소설 《애너그램Anagrams》에서 주인공 베나 카펜터는 말한다. "문학의 유효한 주제는 하나뿐이다. 인생이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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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body has a story and a history. Here I offer mine with a memoir of my body and my hunger. - P10

The story of my body is not a story of triumph. This is not a weight-loss memoir. There will be no picture of a thin version of me, my slender body emblazoned across this book’s cover, with me standing in one leg of my former, fatter self’s jeans. This is not a book that will offer motivation. I don’t have any powerful insight into what it takes to overcome an unruly body and unruly appetites. Mine is not a success story. Mine is, simply, a true story.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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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나는 답을 얻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게센은 에큐멘의 일원이 될까요? 네. 수수께끼 같은 답도 아니고 애매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답을 예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찰로 받아들였다. 그 답이 옳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 예감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뚜렷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3

"음, 저희 대부분은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성채에 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답을 하는 자들이잖습니까!"
"저희가 왜 예언을 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겐리?"
"네."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파세가 맑고 상냥하고 솔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마치 1만 3천 년의 전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잘 정립된 사고와 생활 방식이 담긴 시선으로, 아주 잘 확립되어 있고 총체적이며 통일성이 있기에 영원한 현재로부터 똑바로 당신을 바라보는 야생 동물, 거대하고 낯선 생물의 무아와 권위와 완벽함을 당신에게 전달해주는 시선으로.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8

숲 속에서 파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것, 예견되지 않은 것, 증명되지 않은 것, 삶이란 바로 그런 것 위에 서 있습니다. 무지는 사고의 기반입니다. 입증되지 않은 것은 행동의 기반입니다. 만약 신이 없다고 증명된다면, 신도 없고 종교도 없을 것입니다. 한다라도 없고, 요메시도 없고, 화로신들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신이 있다고 증명되면 신이 있어도 종교는 없게 됩니다……. 말해주십시오, 겐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무엇이 확실하며 무엇이 예견 가능하고 무엇을 피할 수 없습니까? 당신이 당신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제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답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겐리.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불확실성,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지’입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99

성의 주기는 평균 26~28일이다(그들은 달의 주기에 맞춰 대체로 26일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21일 또는 22일은 성이 잠재 상태인 ‘소메르’다. 18일째 되는 날에 뇌하수체의 작용으로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며, 22일 또는 23일째 되는 날 각자는 ‘케메르’, 즉 발정기에 들어간다. 케메르의 제1단계(카르히데에서는 ‘세헤르’라 부른다)에서 개인은 완전한 양성체지만 혼자 있으면 성과 성교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제1단계 케메르의 게센인은 케메르 중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성적 결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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