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5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해내는 스미호프 양조장에서처럼 그곳을 어슬렁거리면서, 공사가 진행중인 집의 비계 위에 올라선 것처럼 난간에 기대어 홀을 내려다보았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81

그날 오후 내내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했다. 부브니의 속도로 종이를 갈퀴로 퍼 담았고, 반짝이는 표지의 책들이 내 곁에서 수다를 떨어대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안 돼, 넌 그럴 수 없어, 단 한 권의 책도 펼쳐볼 권리가 없어, 잔혹한 한국 형리처럼 냉정해져야 해’라고 쉴새없이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내가 압축통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들이 무감각한 흙덩이인 양, 그렇게 일했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88

평생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멀리까지 간 사람이 만차였다. 책들에 둘러싸인 나는 책에서 쉴새없이 표징을 구했으나 하늘로부터 단 한 줄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책들이 단합해 내게 맞섰는데 말이다. 반면 책을 혐오한 만차는 영원토록 그녀에게 예정된 운명대로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는 여인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돌로 된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했다. 깊은 밤 환히 불밝혀진 왕성王城의 두 창문처럼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날개였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계가 멈출 때마다 나는 술을 마시며 칸트의 『천계론』을 읽었다. 한 불멸의 정신이 침묵 속에서, 밤의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그때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물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정녕 설명할 수는 없는 개념들이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5

자비로운 자연이 공포를 열어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춘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6

그저 책이나 갉아먹고 폐지 더미에 뚫린 구멍 속에 살며 그 작은 둥지 안에서 새끼들을 낳고 키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소박한 짐승들인데. 추운 밤이면 내 품안에서 공처럼 옹크렸던 내 어린 집시 여자처럼 몸을 사린 생쥐들이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내가 보는 세상만사는 동시성을 띤 왕복운동으로 활기를 띤다. 일제히 전진하는가 싶다가도 느닷없이 후퇴한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1

나는 삼십오 년째 폐지를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 교육을 받았거나 적어도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을 받았어야 하리라. 최적의 조건은 신학 학위가 아닐까 싶지만. 내 직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나선과 원이 상응하고,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과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이 뒤섞인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1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고쳐먹고 젊은 칸트의 책을 들척이다가 더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냈다. "여름밤의 떨리는 미광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고 달의 형태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나는 세상에 대한 경멸과 우정, 영원으로 형성된 고도의 감각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예수가 낭만주의자라면, 노자는 고전주의자였다.
예수는 밀물이요 노자는 썰물, 예수가 봄이면 노자는 겨울이었다.
예수가 이웃에 대한 효율적인 사랑이라면, 노자는 허무의 정점이었다.
예수가 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progressus ad futurum. ‘미래로의 전진’이라는 뜻.이라면, 노자는 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regressus ad originem. ‘근원으로의 후퇴’라는 뜻.이었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52

너무 시끄러운 내 고독 탓에 머리가 좀 어질어질했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53

푸른색과 녹색, 금갈색의 저 미친 파리들은 큰 상자들 안에고갱 씨와 함께 갇혀 있다가 제지 공장에서 산과 알칼리 용액 속에 용해될 운명이었다. 녀석들에겐 이미 부패한 이 피보다 더 좋은 게 세상에 없었으니까.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59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나 자신의 밖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 역시 마찬가지다.안녕하세요, 고갱 씨!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연산칩compute chip이란 인간의 ‘두뇌‘ 역할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그리고 AI 모델이 움직이려면 반드시 ‘연산‘이 필요한데 그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 바로 연산칩입니다.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연산칩의 중요성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 P26

연산칩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CPU와 GPU, NPU 그리고 특수목적성의 ASIC가 있습니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