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5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해내는 스미호프 양조장에서처럼 그곳을 어슬렁거리면서, 공사가 진행중인 집의 비계 위에 올라선 것처럼 난간에 기대어 홀을 내려다보았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81

그날 오후 내내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했다. 부브니의 속도로 종이를 갈퀴로 퍼 담았고, 반짝이는 표지의 책들이 내 곁에서 수다를 떨어대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안 돼, 넌 그럴 수 없어, 단 한 권의 책도 펼쳐볼 권리가 없어, 잔혹한 한국 형리처럼 냉정해져야 해’라고 쉴새없이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내가 압축통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들이 무감각한 흙덩이인 양, 그렇게 일했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88

평생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멀리까지 간 사람이 만차였다. 책들에 둘러싸인 나는 책에서 쉴새없이 표징을 구했으나 하늘로부터 단 한 줄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책들이 단합해 내게 맞섰는데 말이다. 반면 책을 혐오한 만차는 영원토록 그녀에게 예정된 운명대로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는 여인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돌로 된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했다. 깊은 밤 환히 불밝혀진 왕성王城의 두 창문처럼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날개였다.

-알라딘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중에서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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