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견딜 수 없고, 과거와는 적이며, 미래는 빼앗긴 채, 이를테면 우리는 인간의 정의 또는 증오심 때문에 철창 뒤에서 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참으로 비슷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143/662p)
이렇게 해서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수인들과 모든 망명자들의 깊은 고통, 다시 말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143/662
그렇게 되자 그들은 그토록 깊은 심연과 저 높은 정상 사이에서 갈 길을 잃어버려 살아간다기보다는 오히려 표류하고 있었고, 갈 곳 없는 나날들과 쓸데없는 추억들에 내버려진 채 자신들의 고통의 대지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만 비로소 버틸 수 있는 떠도는 그림자들이었다.(142/662p)
페스트는 그들을 빈둥거리게 하고, 활기를 잃은 도시에서 결국 빙빙 맴돌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추억이라는 실망스러운 놀이에 매일매일 전념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139/662p)
미래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완전하고도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의 하루하루를 차지하는 존재, 여전히 그토록 가깝지만 어느새 이미 저 멀리로 사라진 그 존재의 추억을 뿌리치지도 못한 채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138/6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