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웃거나 집중하거나 음식을 씹는 그 얼굴에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본다. 그 안에 전부 있다. 이 몇 사람에게로 응축된 인류는 더는 종잡을 수 없이 이질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종種이 아니다. 가깝고 붙잡을 수 있는 존재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30

말수가 적고 건조한 유머를 구사하며 감상적이기도 해서 영화나 창밖 풍경에 대놓고 눈물을 흘리는 안톤은 우주선의 심장이다. 피에트로는 머리다.(이번 체류 기간의 선장으로, 능숙하고 유능해 뭐든 뚝딱 고치고 밀리미터 수준의 정밀함으로 로봇 팔을 제어할 줄 알며 극도로 복잡한 회로기판도 배선하는) 로만은 손이다.(모두에게 영혼이 있노라고 주장하는) 숀은 영혼이다.(꼼꼼하고 공정하고 현명한, 쉽게 정의 내리거나 납작하게 단정 짓기 힘든) 치에는 양심이고(8리터의 폐활량을 자랑하는) 넬은 숨통이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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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은 선실에 둔 기록지에 88번째 줄을 더할 것이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셀 수 있는 것으로 묶어 두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중심마저 떠내려간다. 우주는 시간을 조각낸다. 그러니 일어나면 매일을 기록하라고,지금은 새날의 아침임을 되뇌라고 훈련 때 들었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새날의 아침이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11

숀은 열다섯 살 때 학교 수업에서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배웠다. 이 그림은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 빠트렸다.
그림 속의 그림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자세히 보라고. 바로 여기를.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림 속에 있다.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가 그리는 왕과 왕비는 그림 바깥에, 그러니까 우리 자리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아는 까닭은 우리 바로 맞은편에 그려진 거울 속에 둘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왕과 왕비는 우리와 같은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의 딸과 딸의 시녀들을 본다. 그림 제목이 〈시녀들〉인 것은 그래서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13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란 없다. 그저 새로운 순간에 태어난 오래된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저 지구가 없으면 우리 모두 끝장이라는 거다. 지구의 은총 없이 우리는 단 1초도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는 헤엄쳐 건널 수 없는 깊고 어두운 바다 위 배에 탄 선원들이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16

어쩌면 지구에서 태어난 우리 모두 이미 죽어서 사후 세계로 온 게 아닐까. 죽어서 가는 곳이 비현실적이고 믿기 힘든 세상이라면, 저 멀리 아름답고도 외로이 빛을 발하는 유리구슬 구체야말로 그런 곳이 아닌가.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17

궤도에 있다 보면 영영 떠나고 싶지 않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갑작스레 행복에 벅차오른다. 더없이 밋밋한 공간이지만 사방에서 행복이 튀어나온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21

이들이 궤도를 도는 모습은 미개척지를 찾아다니는 은하계 여행자들을 닮았다. 이들은 아침을 먹기 전 밖을 내다보며 이렇게 말한다.함장님, 아무도 살지 않나 본데요. 몰락한 문명의 잔해일지 모른다. 착륙하게 추력기를 준비하라.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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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and-span away beyond a skin of metal the universe unfolds in simple eternities.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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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너무 함께이고 또 너무 혼자여서 생각과 내면의 신화조차 이따금 한데로 모인다. 가끔은 똑같은 꿈도 꾼다. 프랙털들과 파란 구체들과 어둠이 집어삼킨 낯익은 얼굴들의 꿈, 감각을 강타하는 밝고 활기찬 검은 우주의 꿈. 날것의 우주는 야생이자 원시의 검은 표범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선실을 활보하는 꿈을 꾼다.

-알라딘 eBook <궤도> (서맨사 하비) 중에서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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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거나 그 사람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잖아요. 반대로 미운 사람을 생각하면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죠. 그러니까 내 감정은 내가 선택하는 거죠. 우울한 감정이 올라오는 이유는 우울한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 우울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돼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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