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복, 두려움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왜 내게 유독 불안 상태에 대한 기억력만 살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돼. 내가 매일같이 보아왔던 것과 비교해볼 대상을 아직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지. 내가 받는 인상들이라는 게 모두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인상들의 반복일 뿐이라는 거야. 그 말은 내가 아직 세상을 많이 돌아다녀보지 못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음을 의미해. 그러니까 우리가 가난하게 삶을 살았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만 경험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우리가 보아온 사물들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거기에 대해 말할 것도 적은 셈이지. (108/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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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인식

"그렇다면 사람들이 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나 자신을 좀더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단 말인가?"
"나 스스로 원하는 행동방식과 원하지 않는 행동방식이라는 것이 항상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야만 비로소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주위를 어떤 식으로 둘러보는지 등에 대해 결국 사람들은 인식할 수 없는 것일까?" (80/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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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이를테면 남의 불행은 고소해하고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일이라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챙기는 채플린이 그렇고, 몸을 둘둘 말거나 늘 어딘가에 매달리는 버릇이 있던 해리 랭던이 그랬다. 그나마 버스터 키턴만은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향방을 알 수 없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그런 표정을 보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메릴린 먼로가 이마를 찌푸린 채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고, 그 옆의 스탠 로럴이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화도 괜찮았다. (54/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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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la vie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란 많은 것을 허용받지 못한 삶이 아니던가! 나는 시계를 보고는 돈을 지불하고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36/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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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Gatsby), 그리고 그녀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완독했다. 책의 내용은 한 남자가 만(灣) 한쪽에 위치한 집 한 채를 사서,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만 다른 쪽의 집에 매일 밤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본다는 연애담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자기 감정에 충실했지만 그만큼 수치심도 느꼈다. 말하자면 여자의 사랑 행위가 노골적이고 대담해질수록 개츠비도 더욱더 비겁하게 행동했다. (21/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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