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은 나무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연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계곡을 타고 숲으로 돌아온 연어를 곰이 잡아먹고, 그 곰의 배설물로 나무와 풀이 자란다. 곰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연어들은 숲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계곡 물에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생을 다한다. 다시 생명이 태어난다. 순환이 계속된다. 연어, 나무, 곰, 숲, 강, 바다는 ‘하나’인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12
자세히 보니, 커다란 연어의 배 속에 사람이 들어 있는 형상이었다. 사람은 아기가 아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은 누구나 위대한 자연의 배 속에서 태어나는 자녀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듯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Oneness’을 믿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마을 입구에 나무로 만든 작은 게시판이 있고 거기에는 ‘이삭isaak’ 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존경, 존중respect을 뜻하는 원주민 말이라고 했다.
"이삭, 이삭…."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에서 이 말이 맴돌았다. 존경, 그리고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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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에서 돼지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도마 위에 놓인 고기는 생명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출산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두 장면은 죽음(죽임)과 생명(살림)으로 충돌한다. 그 충돌에서 발생하는 낯선 느낌을 담고 싶었다. 출산 장면은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의미 외에 또 다른 의미도 있다. 그들은 어차피 도살될 운명, 그러니까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생명들이다. 이 땅의 농장동물들이 짊어진 무거운 수레바퀴 같은 운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18
도입부에서는 도마 위의 붉은 덩어리를 ‘식재료’, ‘아이를 위한 반찬’, ‘동물성 단백질’로 바라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때 나처럼 따뜻한 숨을 쉬던 한 생명의 삶과 죽음을 본다. 이 시선의 차이를 만든 것은 십순이, 돈수, 그리고 돼지를 찾아 떠난 몇 년간의 여정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20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아니, 완전히 육식을 금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내 몸이 썩어 풀을 자라게 하고 그 풀을 짐승이 먹어 살찐 만큼만 육식을 하겠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26
자폐증을 극복하고 오히려 자폐인의 민감한 감각을 활용하여 동물학자가 될 수 있었던 템플 그랜딘은 ‘동물복지 도축장’을 설계했다. ‘소처럼 생각하는 여자’라 불릴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던 그녀가 왜 도축장을 설계했을까. 지금 당장 도축장을 문 닫게 할 수 없다면, 동물에게 공포와 고통을 최대한 덜 주는 환경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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