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아래에서 활짝 핀 히아신스들이 수백 개의 조그만 자줏빛 손을 줄기 위로 뻗어 햇살을 품는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18

그의 앞에 서 있는 아가씨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붙박인 듯 히아신스 향기를 풍긴다. 그녀의 머리칼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 사이사이로 부는 바람은 새롭고, 그는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아직도 기억한다. 그 느낌은 가장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남을 기억이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그의 몸속이 모두 채워지는 걸 뜻했다. 그가 춤을 춘 것도 그 때문이었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24

이제 보니 벤치 아래 흙이 진창으로 바뀌었는데 열쇠와 유리 조각들은 아직 그대로 있다. 광장 너머는 호수고, 넘실거리는 얕은 파도에 밀려서 배에 얽힌 기억은 이미 지나갔다. 노아는 머나먼 섬에 쳐놓았던 초록색 텐트가 눈앞에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새벽에 일어났을 때 서늘한 이불처럼 나무를 다정하게 감싸고 있던 안개를 떠올린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44

노아는 눈을 감고 흐르려는 눈물을 눈꺼풀 안에 가둔다. 광장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갓난아이가 울 때처럼 처음에는 보일락 말락 하다가 이내 멈추지 않을 기세로 퍼붓는다. 묵직하고 하얀 눈송이가 할아버지의 생각을 모두 덮는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50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 거의 모두가 두려워하는 영원이라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런 점에서 수학이 노아에게는 축복이었다. 노아가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56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59

그는 가만히 서서 몇 분 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끝까지 아옹다옹하며 지냈고 끝까지 각방을 쓰지 않았다. 그는 평생 확률을 계산하는 일을 했지만 그녀처럼 확률적으로 희귀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그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61

그녀는 숨을 한 번 마신 다음 대답한다.

"나는 새벽이 그리워요. 더 이상 태양을 막을 방법이 없을 때까지 점점 더 짜증을 내며 조급하게 수면 위로 발을 구르던 새벽이. 호수 위로 반짝이던 햇살이 부둣가 돌멩이들을 지나 뭍으로 올라와서 정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집 안으로 살그머니 쏟아져 들어오면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하루를 시작했잖아요. 사랑스럽게 졸음에 겨워하던 그때 당신 모습이 그리워요. 그때 당신 모습이."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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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상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를 먹어서 가장 나쁜 점은 더 이상 아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들은 순간부터 이 말은 내 머릿속을 떠날 줄 몰랐다. 육신보다 상상력이 먼저 스러지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인간은 죽는 것보다 나이 먹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특이한 종족이니까.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5991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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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차거래는 증권회사가 고객과의 신용거래에 필요로 하는 돈이나 주식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에서 증권을 유상으로 빌려주는 대출 거래입니다. 주식을 살 때는 매입한 그 주식을 담보로 돈을 차입하고, 팔 때는 그 대금을 담보로 주식을 빌려 씁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이를 매수하여 차익을 얻기 위해 활용합니다. 상환기관은 보통 1년이며 대차거래는 신용거래에 따른 결제 외의 목적으로 행할 수 없습니다. - <나의 첫 투자 수업 1_마인드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7246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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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선했던 건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집에서

한두 가지 종류의 요리들을 만들어 가져왔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을 큰 테이블에 쭉 펼쳐놓고

풍성한 파티를 하는 이 문화가 너무나 새로웠다.

지금은 포트럭 파티라는 말이 널리 퍼졌지만

당시만 해도 처음 듣는 낯선 단어였다.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6558 - P312

정말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예산이 무얼까?

이 땅에 태어난 생명을 지켜주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닌가?

태어난 생명을 보호하는 데 예산을 우선 쓰면 안 되는 것인가?

연말마다 지자체 예산을 다 쓰기 위해

아직 쓸 만한 도로를 뒤집고 공사하는 비용으로

몇백 명의 아이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6558 - P322

미국의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 운동,

인간 친화, 자기 성찰, 자연 친화 등

여덟 가지를 담당하는 지능 이외에

실존지능 혹은 영성지능이라 부르는 지능이 있다고 한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실존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홉 번째 지능이라고 한다.

세속적 사고를 뛰어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고민하도록 돕는

아홉 번째 지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나의 의문은 계속되었다.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36558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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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교수나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인생이란 의미가 없을까. 있지도 않은 의미를 찾다가 죽음에 이르는 짧은 삶일까. 물론 그의 말대로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사는 ‘자유’는 인정한다. 그렇지만 길가메시가 말하듯이 아무 생각 없이 알코올의 기운으로 살아가거나 인생을 즐기기만 하면서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도 가볍고 허전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26

인간이 산다는 것, 인류가 존재해왔다는 것은 어쩌면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우리는 ‘알지 못함’이라는 무지의 세계가 얼마나 큰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은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 두 가지밖에 없다."고 말했듯이,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 산다는 것은 도대체 심연을 알 수 없는 낯선 우리 자신과 우주를 알아가는 길 위에 서있는 것이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28

인간에게 제기되는 이 ‘궁극적인’ 질문을 한스 큉은 칸트의 표현을 옮겨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도대체 왜 무엇인가가 있는가? 왜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왜 세계는 지금의 이런 세계인가? 모든 실재의 궁극적 근거와 의미는 무엇인가?

⑵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그것을 하고 있는가? 왜 또 우리는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는가? 모름지기 경멸하여 마땅한 것은 무엇이고 사랑하여 마땅한 것은 무엇인가? 신의와 우정의 의미는 무엇이며 고통과 죄의 의미는 또 무엇인가? 인간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⑶ 우리는 무엇을 바라도 좋은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여기 있는가? 도무지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결국 만사휴의인 죽음, 거기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에게 삶의 용기를, 무엇이 우리에게 죽음의 용기를 줄 것인가?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31

김정운의 『에디톨로지』(2014년)에서 나의 편집적인 글쓰기에 대하여 희망을 보았다. 창조란 기존에 ‘있던 것’들을 편집하여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며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는 주장이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32

최근에는 ‘거대사’라는 개념이 나타났다. 나의 글쓰기에는 거대사, 즉 ‘Big History’가 포함된다. 그것은 우주, 지구, 생명, 역사, 종교 등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지식에 근거해서 살펴보는 것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기원론(Origin Story)이자 인간 존재론이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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