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세 가지 덕목을 강조했습니다.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 부위자강(父爲子綱)으로, 이 세 가지를 일컬어 삼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강은 벼리 강(綱)입니다. 벼리란 그물의 위쪽 코를 꿰는 큰 줄을 말합니다. 벼리를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해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사물의 핵심이 되는 부분, 즉 근본이 되는 부분을 벼리라고 말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43
거추장스런 조리과정도, 값비싼 양념도 요하지 않으면서도 기막힌 맛을 내는 상추쌈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화권으로 비교적 식문화가 닮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을 수 없는 문화이지요. 호박잎, 케일, 콩잎도 있지만 대표적인 쌈 채소는 역시 상추입니다. 상추쌈은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 문화가 빚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48
즉 상추는 生菜(생채)라는 한자어가 변화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에서 생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발음이 상치, 상추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생채는 익히지 않은 나물이라는 의미로만 쓰이게 되어 무생채와 같은 식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52
양치: 이를 닦고 물로 입 안을 가심. 한자를 빌려 ‘養齒’로 적기도 한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61
양지(楊枝):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 불교도들에게 냇버들 가지로 이를 깨끗이 하게 한 데서 유래한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62
그러나 1950년대까지만 해도 ‘지’란 형태가 새로운 단어 형성에 참여하며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이지나 단무지를 보면 알 수 있지요. 그에 비해 지금은 과거보다 ‘지’란 말의 쓰임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68
앞장서서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으며 확인하는 것이 국어학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81
저는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도 문제이지만 외래어는 가능한 한 배격하고 고유어로 바꾸어야 하며 심지어 이미 들어와서 널리 쓰이는 단어까지도 모두 고유어로 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자어를 고유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기도 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83
제가 생각하는 국어학자 역할은 이렇습니다. 앞장서서 "이쪽으로 오시오" 하고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아 가면서 확인하는 거죠. 다만 그 방향이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고 사람들의 방향이 맞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87
인식이 바뀌어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들이 규범의 예시로 남아서 교육되는 현실은 역설적입니다. 지금처럼 인권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없던 100년 전 만들어진 규범들에 대한 개정이 필요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91
새끼를 부를 때 쓰는 ‘아지’와 ‘아기’는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지만 원칙적으로 동물의 경우에는 아지, 사람의 경우에는 아기로 구분하여 써야 합니다. 물론 아지는 동물만이 아니라 바가지(박+아지), 싸가지(싹+아지), 모가지(목+아지)처럼 사물에도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작은 것이라는 의미를 넘어 비하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아지라는 말이 생명력을 잃고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와 같이 일부 단어에만 굳어진 상태로 남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92
예전 사람들은 돼지를 돝이라 하였고 고양이는 괴라고 하였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94
정확한 표현은 개발괴발이 맞습니다. 이때의 괴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양이입니다. 이 괴에 앙이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괴앙이가 되는데 모음 ㅚ의 ㅣ가 뒤 음절로 넘어가 고양이라는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지요. 괴란 단어가 쓰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개발괴발이란 표현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 ‘괴’를 ‘새’로 대체하여 개발새발이라고 하였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95
그 나무는 도끼에 찍혀 죽지도 않을 것이고 아무도 그 나무에 해를 가하지 않을 텐데. 쓸모없음이 어찌 괴로워 할 일인가?"
_《장자》의 〈소요유〉중에서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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