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과장 역시 뭐랄까, 일부러 갈등 상황을 만들어 자기 통제력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 같았다. 살얼음처럼 냉랭하게 구는 태도도 자신을 위한 포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공문의 문단 위치나 띄어쓰기, 공사장 안전모자 같은 규칙과 명령들이 만들어주는 영향력만큼 허망한 게 있을까. 그런 식의 만족감이란 겨울의 빈 새둥지처럼 허망하고 쓸쓸하지 않나.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주지 않음으로써 누군가를 결국 무력화하는 힘이 있는데 어떤 부류들은 그런 진실에는 무관심하곤 했다.
-알라딘 eBook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중에서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