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년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미꾸라지는 미소를 지었다. 정호를 자기 소굴로 이끌면서, 또 정호의 돈을 훔치면서도 보여주었던 그 미소였다. 그는 작고 가느다란 올챙이 모양의 눈을 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값싼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모두에게 의뭉스럽고 불쾌한 인상을 남기는 그런 아이였다. 정호는 미꾸라지의 실실대는 그 눈에다 호된 멍 자국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걸 애써 억눌렀다. 하지만 그 닳아빠진 도시 소년이 자신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거나 일부러 자신을 해하려던 게 아니었음은 부인할 수 없었고, 지금도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함께 뭉쳐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