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2

그런데 최근 지우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소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잊고 지낸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그리는 그림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3

‘이야기가 가장 무서워질 때는 언제인가?’
소리가 슬픈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때.’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27

나는 그녀와 산책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연미정입니다.
내 ‘최고의 날’, 내게 일어난 일은 이렇습니다.
내가 말하면 그녀가 듣습니다. 그녀가 얘기하면 내가 듣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습니다.
그곳에 큰 사건은 없습니다.
대신 그녀가 있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51

소리는 문장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썼다. 그 일이 마치 지금 눈앞에서 다시 벌어지기라도 하는 양. 게다가 그 글에는 접속사가 없었다. 자신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며 상대에게 빈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인 채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51

자신의 손끝에서 마치 봉숭아물이 빠지듯, 초겨울 단풍 색이 옅어지듯 어떤 능력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185

자신은 지상에 박힌 압정처럼 하나의 점으로 가까스로 존재하는데, ‘서사 그래프’에 나오는 그 약동하는 선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04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09

‘하지만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언제고 성큼 다가와 우리의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을 테지. 종이는 찢어지고 연필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겠지.’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19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0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 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0

이 소설을 쓰며 여러 번 헤맸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있지만, 작가로서 이 인물들이 남은 삶을 모두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삶은 비정하고 예측 못할 일투성이이나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5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8aec12f6c4e4c72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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