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의 이름은 할라스라더구나.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니. 할라스. 나는 그날 밤, 아버지 옷 어딘가에, 혹은 머리카락 사이에 섞여온 이국의 모래알로 만들어진 아이였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은 분명 내 존재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핑계였다. 엄마는 이 세계가 그럴듯한 거짓말들에 의해서 견고히 다져질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려 했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어쩌면 거짓말이야말로 엄마가 나에게 가르쳐주려 했던 가장 건전한 소통 방식이었는지도.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26

이것은 폴에 관한 이야기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내가 아는 만큼의 폴에 관한 이야기. 이것이 폴이라는 한 인간의 실체인가 하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조우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그 착각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를 길 잃은 사람처럼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나는 그것을 폴에게서 배웠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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