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그녀가 붉은 벙어리장갑 한 짝을 떨어뜨렸다. 헨리는 허리를 숙여 장갑을 주운 다음 장갑의 입구를 벌려주고 그녀의 작은 손이 쏙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

-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1

하얀 교회당은 헐벗은 단풍나무들 근처에 웅크리고 있다. 왜 이렇게 유난히 데니즈 생각이 나는지 헨리는 알고 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그녀로부터 늘 제때 날아왔던 생일 카드가 지난주에는 오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1

데니즈는 카드 끝에 맺음말로 ‘사랑을 담아’라고 쓰는 법이 없고, 늘 그 작고 단아한 글씨체로‘데니즈’라고만 썼다.

-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2

늘 하던 대로 교회당 중간쯤의 좌석에 앉으며 헨리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올리브가 죽고 혼자 남겨진다는 생각만 해도 참을 수가 없는데, 그 두려움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2

그를 쳐다보던 데니즈가 갑자기 소리 내어 웃자 헨리도 웃었다. 계속 웃던 데니즈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차를 세우고 헨리가 내미는 흰 손수건을 받아야 했다. 데니즈는 안경을 벗었고, 그녀가 눈물을 훔치는 동안 헨리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눈 때문에 길가의 숲이 흑백사진 같았다. 검은 줄기 위로 굵은 가지를 뻗은 상록수마저 어두워 보였다.

-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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