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내 이야기와 내 역사를 들려주려 한다. 내 몸과 내 허기에 관해 고백하려 한다. - P13

이 책은 내 몸, 내 허기에 관한 책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간절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 관한 책이다. 비록 그 과정이 한없이 느려터지긴했으나, 마침내 자신을 보여주고 이해받는 것이 가능함을 배우게 된 한 사람에 관한 책이다. - P16

이 책 『헝거』는 평균보다 몇 킬로그램, 아니 20킬로그램 정도 더 많이 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 아니다. 130킬로그램 내지 160킬로그램이 더 많이 나가는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저 과체중이나 경도비만이나 고도비만이 아니라 체질량지수BMI 수치상 병적인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 P23

사람의 체질량 지수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체중(kg)/신장(m²)]이다. 수학이란 어렵다. 몸의 관리 부족 정도를 정의할 수 있는 여러 숫자가 있다. 체질량 지수가18.5에서 24.9면 ‘정상‘이다.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이다.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이면 비만이다. 만약 체질량지수가 40이 넘는다면 고도비만이다. 그리고 50이 넘으면 초고도비만이다. 내 체질량 지수는 50이 넘는다. - P24

이러한 용어들은 그 자체로 다소 끔찍한 면이 있다. ‘비만obese‘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라틴어 오베수스obesus에서 유래했는데 ‘뚱뚱해질 때까지 먹다‘라는 뜻이다. - P24

대부분의 여자들은 알고 있다. 우리는 점차 작아지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더 크게 반복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다. - P26

내 몸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이렇다. 나는 감옥에 갇혀 있다.
이 감옥에서 가장 좌절스러운 점은 갇혀 있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감옥 밖으로 손을 뻗을 수는 있지만 멀리까지 뻗지는 못한다. - P30

이 책은 내 몸에 관한 고백이다. 내 몸은 망가졌다. 나도 망가졌다. 그전으로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분열했다. 내 일부는 죽었다. 내 일부는 침묵했고 수년 동안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 P34

내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는 그 빈 공간을 메우기로 작정했고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내 주변에 방패막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이용했다. 나는 먹고 먹고 또 먹으며 나 자신을 크게 만들고자, 내 몸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다. 과거의 나는 묻어버렸다. 그 소녀는 온갖 종류의 말썽을 일으킬 뿐이었다.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리려 노력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 여전히 작은 몸으로 두려움에 떨면서 모멸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소녀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소녀가 그때 반드시 들어야만 했던 그 모든 이야기를 지금이라도 해주려고.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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