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미래도 새 가족 안에서 꿈꾸고 일구고 있다. 가난한 가족이든 아니든 사람이 성장을 하고 원가족으로부터 경제적·정신적 독립을 하면 이런 홀로서기와 거리 두기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원가족에 대해서도 자신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는 단계에 오른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76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존재이다. 사회 안에서 자신의 위신과 자존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정체감)이 삶에 필수적인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이를 훼손하면서까지 경제적 도움을 얻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도움 요청’은 자칫 위신과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79

성찰하는 힘은 인간이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 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1

다양한 경험과 시도, 좌절, 고통, 성취 등의 단계를 거쳐야 서서히 쌓여가는 내면의 힘이 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2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나’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자신감이 부족하고 기죽어 있던 어릴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연우가 겪은 성장통과 같았다. 달리 말하면,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연우는 가족이 웃음이 많지 않고 자주 다투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원인은 주로 부모님의 성격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봐온 연우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갈등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다른 길을 찾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하지만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 아이는 이후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 그 시간이 자아존중감을 길러주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99

에릭슨과 마샤에 의해 도입되고 발달해온 개념인 자아정체감은 나 자신에 대한 현실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 혹은 사고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2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게는 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5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로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이다.◆
◆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김원기 옮김, 갈라파고스, 2013, 151쪽.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9

즉, 노인빈곤은 인구구조의 변화, 부의 축적구조의 불평등, 사회복지 제도의 미성숙에 그 원인이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두고, 노동시장 불안정성과 높아진 자산가치 때문에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자녀 세대에게 부양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계에서 국민기초생활법상 부양의무자를 폐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은 이런 배경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속법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부모의 빚이 부모 사망 후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자녀에게 상속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법안에 깔려 있는, 가족 공동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습속부터 바꾸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28

우리 사회에서는 고졸자와 3년제 대학 졸업자, 4년제 대학 졸업자 간의 임금 격차가 극심하고 승진 기회는 철저히 나누어져 있다. 천현우 작가가 자신이 용접공으로 일했던 경험을 담은 책 『쇳밥일지』를 보면, 충분한 휴식과 마땅한 임금이 보장된 좋은 일자리가 가난한 고졸 노동자계급에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 있다. 툭하면 산업재해를 당하고, 아무리 경력을 쌓아도 임금에 반영되지 않으며, 미래를 위한 공부나 여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은 21세기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참혹하다. 청년 세대의 가난은 과도기적이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일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현재의 가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직업훈련 지원, 주거 안정 자금, 일-학교 병행이나 일-가정 병행(결혼한 경우) 제도 등이 더 절실해 보인다. 이런 제도들은 가난한 청년들에게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안전망이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0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지렛대는 인간관계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사회의 기본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7

나는 그 무렵 개봉한 영화 <오아시스>의 주인공 홍종두를 보면서 그 아이를 떠올렸다. 관심과 돌봄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홍종두는 사회적으로 세련되지 못해서 계속 이용당하고 범죄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우리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너무 받은 것이 없고 자기 통제를 훈련받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다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3

우리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모든 성장과 변화가 성공적이고 찬란하진 않기 때문에 한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줘야 한다. 아직 가능성이 풍부하고 변화할 여지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기르고 돌보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5

성장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줄 누군가, 삶의 모범이 될 만한 모델을 꾸준히 갈구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욕구의 결핍을 자기 힘으로 버티며,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악착같이 살아가느라 애써왔다. 그 결과 겉으로는 단단해 보였지만 진짜 속얘기를 할 사람은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0

은유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2014년 현장실습생 김동준이 CJ를 다니다가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과정을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5

사람들은 평소 학원에 가는 학생의 모습에 익숙하고, 수능날에 모든 언론에서 시험장을 취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여겨도 현장실습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모습에는 낯선 느낌을 갖는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그대로 정책으로, 태도로, 일상적으로 던지는 시선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에는 가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6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쓰는 가면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혜주에게 짙은 화장은 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페르소나였다. 특히 크고 살집이 있는 체구는 ‘여성답지 못하다’는 편견 때문에 혜주를 주눅 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혜주는 화장으로 이런 편견에 응답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2

친구들에게 쉽게 휩쓸리고 속마음을 다 얘기하다 보니 오해와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주위에서 다툼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일을 여러 번 당하자 혜주는 점점 위축되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고 자신감이 없어졌고 자신이 뭔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 말하는 자아존중감이 낮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2

이런 실패의 경험이 쌓이자 뭔가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 자신감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이 다른 여러 가지 도전을 실패로 이끌었다. 자존감 상실의 악순환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4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관계에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패턴은 낮은 자아존중감과 연결된다. 자아존중감이 낮기 때문에 혜주는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할 줄 아는 힘이 부족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그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애착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보니 배울 점이 있는 건강한 관계보다는 자신을 착취하는 관계에 쉽게 빠져들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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