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고, 별자리는 항상 같은 곳에 있는데 지구가 자전할 때 팽이처럼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스르르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가 하느라고 기준 면이 아주 조금씩 바뀌니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별자리 위치가 오늘날은 조금 틀어져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 섞인 설명은 시작한 지 십오 초 이상 지나면 정적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기능이 있다. 상대방은 이미 내가 앉아 있는 뒤쪽 벽의 무늬를 감상하는 중이고, 나는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도 생각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8

연주시차였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매년 한 바퀴씩 돌면서, 이쪽 끝에 있을 때와 반대쪽 끝에 있을 때 별의 위치가 약간 다르게 보인다. 마치 왼쪽 눈만 뜨고 볼 때와 오른쪽 눈만 뜨고 볼 때 책상 위 물건의 위치가 달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10

별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으면 지구가 6개월에 한 번씩 오른쪽 왼쪽에서 본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있는 별은 위치가 달라 보인다. 반대로 말하자면 시차가 클수록 가까운 별이다. 지구가 일 년 동안 더 큰 원을 그리며 돈다면 별의 연주시차는 더 클 것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11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13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스펙트럼을 보면, 각자 정해진 파장에서 삐죽삐죽 방출선을 내보인다. 얼핏 보면 바코드처럼 보이는데, 역할도 바코드와 비슷하다. 어떤 물질이 어떤 온도와 압력 상황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물론 ‘띡’ 찍어서 바로 정보가 나오지는 않는다. 다양한 물질이 한데 섞여 있으니 누구누구의 방출선인지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스펙트럼은 『어린 왕자』의 ‘모자 그림’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스펙트럼을 분석한다는 것은 그 그림 안에 들어 있는 보아뱀과 코끼리의 피부색과 자세와 몸무게와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샘플을 하나씩 맞춰보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18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 궤도에 도착해 새로운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는데, 분석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다.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인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인데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질이 많아 카시니의 주요 탐사 대상 중 하나였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19

카시니는 1997년 지구를 떠나 여러 행성을 경유하며 약 7년간의 항해 끝에 토성 궤도에 도착했다. 인류가 타이탄을 탐사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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