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나는 ‘사인칭 서술자’의 입장에서 나 자신과 나의 글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즐기게 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자아 성찰은 심리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심리학은 여전히 내게 친숙한 학문 분야이며, 내가 세상을 해독할 때 사용하는 첫 번째 언어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된 텍스트들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5

이 글을 시작하며 나는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미유 플라마리옹이 1888년 출간한 책에 수록된 유명한 목각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이 작품은 세상의 경계선에 다다른 한 방랑자가 지구의 영역 밖으로 머리를 내민 채 너무나도 조화로운 우주의 질서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매번 내 앞에 새로운 의미를 펼쳐 보이는 이 놀랍도록 은유적인 이미지에 경탄하곤 했다. 이 이미지는 지금껏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간의 모습, 즉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케치한 「비트루비안 맨」1)에 등장하는 정지 상태의 의기양양한 인간, 만물의 척도로서의 인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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