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연방 체제는 분명 대의 민주주의적 요소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독립성을 중시하는 스위스인들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소하고 덜 중요한 사안은 의회와 내각에서 처리하게 내버려 두고, 중대하고 결정적인 사안은 국민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흔히 국민투표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이 제도는 사실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민제안(Popular Initiative)’이고, 다른 하나가 ‘국민투표(Referendum)’다. 대리인을 두되 중요한 건 스스로 결정하는, 반半직접민주주의가 이렇게 탄생했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99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단어지만, 그에 속한 구성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과 포퓰리즘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국민투표라는 제도는 ‘다수결’과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국민투표와 선거가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국민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에 비유했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도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국민투표에 맡겨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이 늘 옳다는 생각은 철인정치나 과두정치 못지 않게 위험할 수도 있다. 심사숙고의 과정이 생략된 채 선동만이 난무하는 선거 과정은 낯설지 않다. 많은 활동이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상에 더 깊이 침투하면서, 투표하는 우리의 마음이 기술에 의해 조작되지 말란 법이 없다. 민주정치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감정을 건강하게 보호하고 다스리는 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 <오래된 유럽>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186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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