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제목이 silence였지. 내가 올림픽에서 수십 억 지구인들에게 들려준 것도 바로 그 침묵의 소리야. 꽹과리 치고 수천 명이 돌아다니던 운동장에 모든 소리가 딱 끊어지고 어린애 하나가 나올 때, 사람들은 듣고 본 거야. 귀가 멍멍한 침묵과 휑뎅그레한 빈 광장을…… 그게 얼마나 강력한 이미지였으면, 그 많은 돈 들여서 한 공연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시끄럽던 운동장이 조용해지고 소년이 굴리던 굴렁쇠만 기억들을 하겠나. 그게 어린 시절 미나리꽝에서 돌 던지며 듣던 정적에서 나온 이미지라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37

"맞아. 우리가 죽음을 의식한다는 것도 바로 그런 거라네. 시끄럽게 뛰어다니고 바쁘게 무리지어 다니다 어느 순간 딱 필름이 끊기듯 정지되는 순간, 죽음을 느끼는 거야. 정적이 바로 작은 죽음이지. 우리가 매일 자는 잠도 작은 죽음이거든. 우리가 침묵의 소리를 들을 때, 그걸 잡아채야 해. 시끄러운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어느 순간 조용해질 때가 있지? 필름 끊기듯 내 사고가 확 정지될 때도 있잖아?"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38

죽음은 고통이야. 그런데 고통이 죽음은 아니지. 고통이 끝나는 공백, 시끄러움이 끝나는 정적…… 그러니까 고통까지도 죽음 밖에 있는 거라네. 숨이 넘어가서 무로 돌아가는 그 순간은 우리가 체험할 수도 느낄 수도 없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39

참 이상하지? 나는 왜 그 즐거운 운동회 날 아무도 없는 교실이 그리웠는지 몰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40

"(그윽하게 바라보며) 시계라고 했나? 좀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신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네. 정신분열증(schizophrenia)과 편집증(paranoia)이야. 흩어지는 게 정신분열이고, 집중하는 게 편집증이라네. 모든 인간은 다 정신분열과 편집증적인 증세가 있어. 심각하냐 그렇지 않으냐만 다르지. 자네가 지금 이야기하는 시야, 시계는 그것과 관련이 있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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