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9월 11일 정오 칠레 산티아고 도심에서 몇 달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산 호커 헌터 전투기가 급강하하더니 산티아고 중심에 위치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대통령 관저인 모네다 궁전에 폭격을 가했다. 이후 폭탄 공세는 계속 이어졌고, 모네다 궁전은 불길에 휩싸였다. 3년 전 진보 연합의 대표로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는 궁전 안쪽에 방어벽을 설치했다. 아옌데 임기 동안 칠레는 사회불안과 경제 위기, 그리고 정치 마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옌데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운명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곧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총사령관이 이끄는 칠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국가권력을 장악했다. 운명의 그날, 아옌데 대통령은 아침 일찍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은 결코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옌데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대통령 궁을 호위했던 군 병력과 경찰 모두 그를 버렸고, 라디오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졌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옌데 대통령은 죽었다. 그리고 칠레의 민주주의도 함께 죽었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중에서 -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