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첫 장에서부터 느껴진 책의 힘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내 몸이 앉아 있던 책상과 의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내 몸이 나로부터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의 영혼뿐 아니라 나를 나이게 만드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 놓여 있는 바로 그 책상 앞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는, 마치 내가 읽고 있던 책장들로부터 내 얼굴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그러한 강력한 힘 때문이었다. 그 빛은 나의 이성을 무디게 만드는 동시에 환하게 밝혀 주고 있었다. 나는 이 빛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었다. 혹은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미 이 빛 안에서, 내가 훗날 알게 되고 또 가까워지게 될 어떤 삶의 그림자를 느꼈다. 책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 머릿속 한구석은 내가 지금 책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들에서 새로운 단어들을 접할 때마다 내 삶은 송두리째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내게 일어날 모든 일들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에, 한순간 나는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얼굴을 책장으로부터 멀리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했다는 것을 깨닫곤 공포에 휩싸였다. 그다음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독감에 압도되었다. 그것은 지리도, 언어도, 관습도 모르는 나라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알라딘 eBook <새로운 인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중에서 - P6

나는 그 시선이 되고 싶었다. 그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계 속에 존재하고 싶었다.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정말로 그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납득시킬 필요조차 없었다. 나는 정말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살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히 나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누군가가 나의 생각들을 나보다 먼저 생각해서 적어 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새로운 인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중에서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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