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좋아하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아주 개성 강한 ‘헤비 리더heavy reader’가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독서중독자들은 워낙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다보니, 책을 고르는 데 아주 뚜렷한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어요. 이들은 공통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72

자꾸 책을 읽으면서 자기 취향을 깨닫게 된다면 자기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거예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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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드레서는 단골집이 있다고 해요. 그 단골집은 일종의 편집숍이지요. 자신의 취향과 주인의 취향이 딱 맞아떨어지는 편집숍을 알아두고 그 집에서 옷을 사면 실패할 확률은 정말 낮습니다. 서점은 일종의 편집숍입니다. 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책은 세상의 모든 책이 아니에요. 세상의 모든 책은 국회도서관 같은 데 있죠. 니은서점도 편집숍입니다. 니은서점은 북텐더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가게니까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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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은서점에 오셨는데, ‘어랏, 여기 내 취향이네’ 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여러분은 니은서점의 친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베스트 드레서에게 잘 어울리는 편집숍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독서계의 베스트 드레서가 되려면 좋은 편집 서점이 도움이 될 거예요. 니은서점이 여러분에게 그런 서점이면 참 좋겠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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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던 20퍼센트에 속한 당신이라는 사람, 서점을 방문한 사람 중에서 책을 구입한 20퍼센트에 속한 당신이라는 사람, 책을 구입한 사람 중에서도 통신비보다 더 많은 돈을 책 구입에 지출한 20퍼센트에 속한 당신이라는 사람, 그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마니아’입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 대한민국에서 마니아 업종인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과, 독자이자 서점 방문객이자 책을 구매하는 마니아는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서로를 알아봅니다. 우리는 특별하니까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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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은서점의 단골손님을 분류해보자면, 첫번째로 멀리서 오시는 손님과 동네손님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 가장 먼 거리에 사시는 단골손님은 전남 목포 분이었는데, 제주도 애월에서 오신 분에 의해 이 기록이 깨졌습니다. 이젠 서귀포에서 오실 손님을 기다립니다.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지구로 범위를 넓히면, 가장 먼 곳에서 오시는 단골손님은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이 손님은 서울에 자주 오시는데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 빈 배낭을 메고 나타나세요. 그리고 책을 ‘한 배낭’ 사십니다. 오실 때는 빈 배낭, 하지만 가실 때는 꽉 찬 배낭의 주인공이 혹시 작가나 연구자가 아닐까 예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이분은 소프라노 가수예요. 주넬 권Junelle Kwon이라는 이름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시면 니은서점 단골손님의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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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들어 저를 비춰봤어요. 그리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봤죠. 아, 분명 저 역시 예전만큼은 책을 읽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인터넷이 없었죠. 그런데 제가 20대에 접어들 무렵 인터넷이 생겼고, 급기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제 삶도 아주 변했어요. 남들만 그런 게 아니라, 저조차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시간보다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어요. 예전에는 장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반드시 책을 챙겼는데, 요즘은 비행기에서 볼 넷플릭스 동영상을 미리 다운 받는 것으로 여행 준비가 바뀌었죠. 책을 읽겠다고 책상에 앉았는데, 불과 몇십 분 후 내가 왜 책상에 앉았는지 완전히 잊은 채 인터넷 서핑을 하는 제 모습은 아마 평균적인 우리 시대의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책은 집중해야 거기에 담긴 내용을 소화해낼 수 있는 미디어입니다. 반면 인터넷은 우리의 정신을 분산시키는 미디어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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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인터넷에 접속한 것은 제 의지이고, 책을 읽다가 모르는 정보가 있어서 처음에는 위키피디아에 그 항목을 검색하기 시작한 것도 저의 자유로운 의지로 인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서퍼가 된 저는 점점 알고리즘의 물결을 따라 움직입니다. 저는 세르반테스의 이력이 궁금해서 자유의지에 따라 위키피디아에 세르반테스를 검색했고, 그 후에 페이스북에 들어갔을 뿐인데요. 페이스북은 스페인에 가면 묵을 수 있는 호텔 정보를 제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 호텔 가격을 체크하고 다시 구글로 돌아왔더니 비행기 회사 광고가 저를 유혹하고, 너무나 좋은 할인 이벤트가 눈에 띄어서 비행기 표를 검색했더니, 여행에 필요한 트렁크 광고가 보여서 트렁크를 검색하다가, 최종적으로 속옷을 주문하고 결제한 후 저는 완전히 망각합니다. 제가 읽던 책의 내용은 기억에서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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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채로 디지털 스캐닝의 태도를 갖고 책상에 앉아 있으니 독서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참을 수가 없어요. 왜 책은 인터넷 기사처럼 결론이 빨리 등장하지 않는 건가요! 자꾸 화가 납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뭐냐고! 왜 속시원하게 말하지 않아!’ 조금만 재미없으면 다른 정보로 건너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에 한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지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노파를 죽일지 말지를 수십 페이지째 고민하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 수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냥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물로만 보입니다. 10명이 모여 10일 동안 100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데카메론》은 유튜브 동영상조차 흥미를 끌지 못하면 1분도 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읽을 수 없는 텍스트가 됩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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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니은 낭독회! 마스터 북텐더는 두 시간 안에 읽어낼 수 있는 분량의 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함께 읽을 사람을 모집합니다. 이런 문구로 홍보했습니다. "혼자서 책 읽기 힘드시죠? 단 두 시간만 투자하시면 책 한 권을 읽어내고 뿌듯함을 얻을 수 있는 니은 낭독회!"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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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는 서로를 견제합니다. 자극을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눈길로, 목소리로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서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동료애를 느낍니다.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습니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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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니은서점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서로에게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을, 이옥남 할머니의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를, 슈만과 이설리스의 《젊은 음악가를 위한 슈만의 조언》을 함께 읽었어요.
낭독회가 끝났습니다. 문득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가 떠오릅니다. 보통은 두 시간 동안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낭독회를 했지만, 언젠가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마라톤 낭독회도 하고 싶습니다. 그때 니은서점에 와주세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94

제가 자주 펼쳐보는 책은 〈파리 리뷰〉에 실렸던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입니다.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는 이런 말을 했어요. "밤에는 절대로 안 씁니다. 밤에 쓴 글을 믿지 않아요. 너무도 쉽게 써지기 때문이지요. 간밤에 쓴 글을 아침에 읽어보면 결코 좋지 않더라구요."● 밤에 쓴 글을 그다음 날 아침에 다 지워버린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귄터 그라스의 고백에서 위안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 파리 리뷰, 권승혁 김진아 김율희 옮김,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2019, 759쪽.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97

짧든 길든 그 "우물 밑바닥"에서의 고독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오웰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라고 표현했던 과정을 거쳐야만,
헤밍웨이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마지막 페이지는 서른아홉 번을 다시 쓰고야 만족"했다는 시지푸스의 고통을 넘어서야만 원고가 완성됩니다.
*노승영 박산호,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세종서적, 2018, 99쪽.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 출판, 2010, 300쪽.
*파리 리뷰, 권승혁 김진아 김율희 옮김,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2019, 417쪽.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198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른바 ‘내로남불’의 법칙은 수집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콜린의 눈에 책은 보석과 다를 바 없으나, 다른 사람은 책을 그저 쓰잘데기 없는 물건으로 보겠지요? 무엇인가에 ‘꽂혀’ 그것을 탐닉하고 수집하는 열정에 빠져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207

습관적으로 책을 사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콜린이 왜 그런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사는 기쁨은 책을 읽는 기쁨 못지않은 기쁨입니다. 책이 잔뜩 꽂혀 있는 서가는 습관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겐 책을 사며 누렸던 기쁨의 기억 전시장과도 같습니다. 고수들은 읽으려고 책을 사기도 하지만, 사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책을 사기도 합니다. 물론 산 책을 다 읽지는 못하죠. 저 역시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모두 다 읽었냐"는 질문을 꽤 자주 듣습니다. 대답하기에 살짝 까다로운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먼저 "설마요!"라고 한 뒤에 "책은 읽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누가 제일 먼저 이 근사한 답을 생각해냈는지 모르지만 책을 수집하는 사람을 위한 정말 환상적인 자기방어 논리 아닌가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208

제가 독보적인 니은서점의 츤도쿠였는데요. 서점 문을 연 지 8개월 무렵 새로운 츤도쿠가 등장했습니다. ‘뉴 페이스’ 츤도쿠는 서점 근처에 산다는 지리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시로 니은서점에 들렀고, 수시로 책을 사갔습니다. 마스터 북텐더는 책을 많이 팔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곧 뉴 페이스 츤도쿠가 마스터 북텐더의 절대지존 츤도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 같아 긴장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경쟁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책을 더 사들였습니다. 눈치챘는지 뉴 페이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살짝 걱정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사들이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언젠가 돈이 부족해서 츤도쿠를 그만두면 어쩌지? 그래서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궁금하시다구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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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애초에 예상했던 대로 ‘지속가능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비록 ‘지속가능한’ 범위라 하더라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서점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244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출세지상주의로부터의 독립, 시장만능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독립 서점의 정신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245

로또만 되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건물을 능가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을 텐데, 도통 당첨되지 않네요. -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135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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