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무엇을 하기 이전의 원초적인 자유. 그것은 그저 홀로 있는 내 공간 안의 자유, 내 머릿속 생각의 자유일 것이다. 뭘 거창하게 하기 이전에, 태어난 내 모습대로 그저 있을 자유.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3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유별나고, 비루하고, 불온할 자유가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4

개인의 마음속은 절대적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내심內心의 자유라고 한다. 양심, 사상, 학문, 종교, 그 어떤 생각이든 개인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때는 국가나 사회가 이를 규제할 수 없다. 이를 ‘내면적무한계설內面的無限界說’이라고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5

내심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이를 강제로 알아내려는 시도를 금지해야 한다. 그래서 침묵의 자유가 보장되고, 간접적인 행동을 요구함으로써 내심을 알아내려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를 양심 추지推知(미루어 생각하여 앎)의 금지라고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5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생각이 그의 내면을 넘어 행동으로, 표현으로 외부에 표출되었을 때뿐이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곳에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 가기 전까지는 온전히 개인의 성채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5

자신에게 어떠한 실질적 해도 끼치지 않는데 단지 자기 선호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기 싫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생태계의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제각기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욕망도, 선호도, 고통도 제각기 다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6

사람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자기 방식으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 자율성은 행복추구권을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6

생각에는 금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생각은 변화의 씨앗이다. ‘불온하다’는 온당하지 않다는 뜻이고, ‘온당하다’는 판단이나 행동이 사리에 어긋나지 않고 알맞다는 뜻이다. 무엇이 온당한지 불온한지는 당대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결정한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그 기준도 달라진다. 다양한 생각의 공존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7

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 덕분에 개개인들도 타인을 24시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엿보기의 쾌락에 탐닉하는 관음증의 시대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도덕적 완장을 차고 타인을 감시하는 새로운 종교 경찰의 시대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8

도덕이 무기가 되는 사회는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인류는 그런 사회를 여러 번 시험해보았다.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의 암흑을 겪었고, 크롬웰과 칼뱅의 엄격한 종교 윤리에 기반한 공포정치도 보았으며, 새로운 사회주의적 인간형을 만들어내겠다는 중국 문화대혁명과 캄보디아 폴 포트의 대학살도 목도하였다. 21세기인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율법과 도덕, 가문의 명예를 명분으로 한 폭력과 억압이 이어지고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9

신형철 평론가가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0

적당히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모순 덩어리이고 위선적인 것이 현실의 인간이다.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높은 기준을 충족할 것을 강요하면, 하물며 개인의 사생활과 생각까지도 기준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서로를 볼 때 흐린 눈을 뜨고 볼 필요가 있다. 서로의 발가벗은 치부까지 낱낱이 보아야 할까. 굳이?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0

타인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도덕적 염결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각자 최소한의 규칙은 엄수하기, 각자의 밥그릇을 존중하며 타협하기, 건전한 무관심, 그리고 최소한 사악해지지는 말자는 자기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사회에서 비로소 개개인 최후의 성역, 생각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0

그렇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꼭 가치 있고 훌륭한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에게는 얼마든지 유별날 자유, 비루할 자유, 불온할 자유가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1

우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고, 우리의 자유는 때로 사회와 충돌한다. 그리고 사회는(다른 말로 바꾸자면, 다수는) 때로 필요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4

내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곳에서 멈춘다는 말에는 저항감이 덜 느껴진다. 나와 이웃,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 대등한 선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악영향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라는 말에는 본능적으로 반감을 갖게 된다. 사회가 받는 악영향, 또는 피해라는 것이 개인의 피해만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라는 추상적인 말 뒤에는 게으른 다수의 편견이 숨어 있기도 하고, 기득권자들의 이익이 숨어 있을 때도 있다. 억압받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그런 면이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5

이 모든 논리가 다 맞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유가 원칙이고, 제한이 예외다. 자유를 제한하려는 사회 쪽이 개별적인 사안마다 제한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입증해야 하고, 개인은 너무 쉽게 그 제한을 받아들이고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나를 파괴하는 행위’조차 당연한 듯 쉽게 규제된다면, 다른 행위들은 더더욱 쉽게 규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8

인간에게는 유별날 자유, 비루할 자유, 불온할 자유가 있고,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썼다. 이 모든 자유가 온전히 한 인간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을 때, 또는 혼자만의 사생활 영역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기 집 문턱을 넘어 세상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0

남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면 행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관종’이다. 관심받고 싶어하고, 남들에게 관심도 많다. 인간은 탄수화물 중독 이상으로 인간 중독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탄수화물보다도 인간이 더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2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인간 감정의 가장 강렬한 부분들을 자극해 조회수를 늘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기, 질투, 적대감, 혐오, 공격 본능 등이다. 이런 감정들이 가장 강렬하도록 진화된 데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적들에 대한 경계와 분노 감정이 생존에 필수적이었을 테니까.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3

화려한 깃털을 가진 다른 새의 깃털을 자기 몸에 붙여 자신을 치장하는 종류의 새가 있다. 인간도 비슷하다. 남의 사진을 도용하고 남이 쓴 글을 자신이 쓴 글인 것처럼 도용해서 ‘좋아요’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몇 년에 걸쳐서. …인간이란 참 슬픈 존재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이제는 ‘알권리’보다 ‘모를 자유’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인간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제발 좀 남들에게 신경 좀 끄고 각자 좀 살자고 이 연사 외치고 싶을 때가 많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6

탄수화물 중독처럼 인간 중독도 중독이다. 전통적인 자유권적 기본권은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존재로서의 근대적 인간관을 전제로 성립되었다.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 역시 이런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의 자유를 국가권력이 억압하는 관계를 기본으로 상정하고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다른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생겼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6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전통적인 관점에 따라 표현의 자유 내지 알권리의 규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민 건강권의 문제로 보아 담배 회사들에 대한 규제와 같이 볼 것인지, 더 나아가 환경의 문제로 보아 배기가스 규제나 화석연료 규제와 같이 볼 것인지가 21세기에 대두한 새로운 헌법의 과제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언론기관이기보다는 개별 국가권력 이상의 존재로 진화하고 있기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8

인간이라는 이름의 공해를 대량으로 뿜어내는 거대 굴뚝 기업들의 세상에서 소박한 무리생활을 하던 원시인의 본능을 가진 우리, 슬픈 인간 중독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개인의 선택과 책임만으로 돌리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08

앞서 이야기한 신중함, 상대주의,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법치주의적 사고방식’이 시민사회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명제가 강조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집단적 표현의 자유’라고 하겠다.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15

인간에게는 특별대우를 하겠다는 것이 사회계약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존엄한 존재인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과학적 증거나 역사적 증거로 검증된 바는 없지만)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고 헌법을 통해 구성원들이 약속한 것)이기에 이에 대한 국가의 제한은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게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0

벌이란 죄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상식이고, 동양의 전통적인 형벌관에 가까울 텐데,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된 서구의 근대적 헌법의 시각에서 벌이란 자유에 대한 제한이고, 그렇기에 다른 국가 작용처럼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이 시각 차이에서 형사사법과 국민 법감정의 괴리가 근본적으로 시작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1

법치국가 형법의 양대 원칙은 ‘법률 없이 형벌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와 ‘책임 없이 형벌 없다’는 형법상 책임 원칙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1

쉽게 표현하면 무엇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보장하는 시스템일까의 문제다.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과 이에 따른 정책적 판단이 법의 배후에 있다는 얘기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3

공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형벌은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이면 족하다. 그 수준을 넘는 엄벌은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정의는 공짜가 아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3

요약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헌법질서에 내재한 ‘인본주의’와 ‘공리주의’는 형벌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4

법은 사적 복수를 금지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종식하기 위해 시민들은 국가에 폭력을 독점시켰다. 법은 제도화된 폭력이다. 군과 경찰만이 법치주의의 통제하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5

인본주의, 합리주의, 공리주의를 토대로 형성되었다지만
법치주의 시스템은 정작 ‘인간’ 자체를 놓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두 가지 점에서다. 인간의 편향,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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