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책임감을 갖는 것은 모든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 초석이고 기반이다. 책임감이 강하다 해서 꼭 성공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을 확실히 하는 데에는 어떤 다른 요인보다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책임감이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커질 수 있다. 책임 의식이 생기지 않는 관계는 부서지기 쉬우며 틀림없이 병적이 되거나 만성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우리는 막중한 책임감을느끼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것을 망각할 때가 많다. - P201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진정한 사랑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혼식 후에 갖는 책임의식이다. 그리고 아내가 임신한 후 생겨난 책임감은 우리를 생물학적인 부모에서 심리학적인 부모로 전환시켰다. 진정한 사랑의 관계라면 그 안에 언제나 책임감이 내재해 있다.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에 진심으로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오로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서만 그러한 성장을 북돋워줄 수 있다는 걸 안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자랄 수는 없다. 부부가 의존과 독립, 지배와 복종, 자유와 충성 등 결혼의 보편적 문제에 투쟁하는 행동 자체가 관계를 파괴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다면 어떤 건전한 방법으로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 P202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서 굳건한 믿음을 받지 못하면성인이 된 후에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당신이 나를 버리고 가기 전에 내가 당신을 버릴 것이오" 라는 증세다. 이 증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며, 때로는위장을 하기도 한다. 그 한 유형이 바로 레이철의 불감증이었다.
그것이 결코 의식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레이철의 불감증이 남편과 이전의 남자 친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네가 언젠가는 나를 버릴 것을 잘 알아, 그러니 나를 너에게 주지 않겠어"라는것이다. 성적으로나 다른 모든 면에서 자신을 ‘느긋하게 풀어놓는 것이 레이철로서는 자신을 바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과거경험의 지도로 비추어볼 때 그러한 헌신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녀는 헌신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 P209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것은 나 자신 안에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자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괄호로 묶기‘라는 훈육이며 그를 위해서는 자신의 확대와 결국에는 자기 변화가 필요하다. - P214

이러한 원리는 좋은 심리 치료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좋은 부모가 되는 데에도 필수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데에도 똑같은 괄호로 묶기와 자신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들의 건전한 요구에 응답해주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따른고통을 달갑게 받아들이고자 용기를 발휘해야만 아이들이 필요로하는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도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는 마땅히 아이들과 함께 변하고 자라야 할 의무가 있다. - P214

"내가 옳고 당신이 잘못했으니 당신이 달라져야 한다" 라고 말하면서 따지는 것은 누구나 전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부모와 배우자와 또 다양한 역할 속에서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즉흥적으로 내뱉으면서 무심코 늘 이렇게 행동한다. 대부분 이러한 비판과 충고는 대체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 충동적으로행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상대방을 깨닫게 해주기보다는더욱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가 더 많다. - P217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쉽게 비판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때로 그런 행위가 오만하게 보인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적어도 현재 거론되는 문제에 관한한,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더 우위를 차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개성과 자아의 독립성을 존중해준다(이것에 대해서는 후에 더 이야기할 것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의 개성과 나와 다름을 존중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옳고, 너는 잘못됐다. 너한테 무엇이 좋은지 내가 너보다 더 잘 안다" 라고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듯이 때로 누군가 상대방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더 잘 알고 당면문제에 관해 더 우월한 지식이나 지혜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럴때에는 둘 중 더 지혜로운 사람이 상대방의 문제를 일깨워줄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주 딜레마에 빠진다. 사랑하는 상대의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중하는 것과 상대를 잘 끌어줄 필요가 있어 보일 때, 사랑이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할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 P218

이러한 딜레마는 고통스러운 자기 성찰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즉,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혜‘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당위성 뒤에 숨겨진 동기가 어떤 것인지 엄중하게 점검해야 한다. - P218

다른 인간에게 충고하거나 비판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본능적, 즉흥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비판하는 경우와양심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고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옳다.
는 믿음 아래 비판하는 경우다. 첫째는 오만한 방법으로 가장 흔하게는 부모, 부부, 교사와 사람들이 일상에서 취하는 태도다. 이것은 대체로 성공적이지 않을뿐더러 성장보다는 적개심과 의도하지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는 겸손한 방법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이것은 진정으로 자아를 확장해야 하는데 성공 확률이 더 높고 내 경험상 이 방법은 절대로 파괴적이지않다. - P219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보통 친구 사이란 갈등이 없는 관계여야 한다는, 그래서 "네가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줄게"
라는 식의 좋은 매너로, 오로지 호의와 칭찬을 서로 주고받는 것만중요한 관계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피상적이고 친밀감을 회피하는 이런 관계를 흔히들 우정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 우정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가치가 없다. 다행히 요즘에 친구 관계의 개념이 진지하고 깊어지고 있다. 서로 애정을 갖고 충고하는 것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관계는 허망하거나 피상적이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