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으로서 ‘양면시장 이론’은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였다. 양면시장 이론의 시초였던 로셰와 티롤Rochet & Tirole이 2003년 이 이론을 발표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양면시장 이론을 다루었고, 그만큼 연구논문들도 쏟아졌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오랫동안 이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법질서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독점을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영역은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양면시장 이론은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자는 것인데,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으면 기업의 독점이나 갑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34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쪽은 수혜를 누리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이것이 과연 상쇄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이해득실을 하나로 합쳐서 생각하자는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다. 그러나 어느 일방에 피해를 전가하고 더 큰 이득을 본 집단이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은 현실에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는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37

2010년 3월, 처음 등장한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보내는 앱이었다. 문자 한 건당 20원의 이용료가 부과되던 시대에 카카오톡은 이동통신업자의 문자서비스를 빠르게 대체했다. 카카오톡 등장 이전 통신사들은 문자서비스로 분기마다 2,500억 원씩을 벌었다. 그러나 통신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던 문자메시지를 카카오톡에 고스란히 빼앗겼다. 공짜로 시작한 카카오톡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서비스가 시작되고 379일 만인 2011년 4월 1일,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큰 고민에 빠졌다. 바로 증가하는 서버 유지비용 때문이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날수록 서버 유지비용도 증가했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지만, 카카오는 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무렵 카카오는 변신을 시도한다. 1천만 명 가입자를 바탕으로 양면시장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었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38

그러나 카카오톡 시장과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비자는 더 넓은 선택지를 바라지도 않으며, 경쟁을 통해 떨어뜨릴 가격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승자독식의 경제가 형성되며, 독점기업은 2위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벌여놓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것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43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서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양면시장 이론에서 본 바와 같이 플랫폼 경제에서는 교차 보조가 일반화되어 소비자들이 공짜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업의 생산비용도 0에 가까워진다. 카카오톡, 윈도우 OS 등의 생산비용도 0에 가깝다. 이 제품들은 초기 개발비용이 클 뿐, 추가 생산비용이 들지 않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경제에서 상품의 가격은 기업 전략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기업의 독점력이 강할수록 가격은 더 높게 책정된다. 한마디로 가격은 더 이상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한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44

이는 네트워크가 가져온 권력 이동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조직이 부여한 권력은 이전 같지 않으며, 이제는 네트워크 스스로가 권력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공식적인 위계질서가 권력을 부여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연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권력을 지니게 되었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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