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가 산타로살리아섬을 알아본 것은 그곳에서 우세한 종인 핀치* 덕분에 가능했다. 덧붙이자면, 이 담갈색의 작은 새들은 대부분의 관광객과 메리의 학생들에게는 하나도 흥미롭지 않았지만, 젊은 찰스 다윈에게는 땅거북이나 부비새나 바다이구아나 등 그곳에 서식하는 다른 어떤 동물만큼이나 흥미로웠었다. 실은 핀치들은 생김새가 무척 비슷비슷했지만 실제로는 13종으로 분류되며 종마다 일상적으로 먹는 먹이도 다르고 먹이를 구하는 방법도 달랐다.
(209/488p)

만약 ‘세기의 자연 유람선 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있었을 선장과 그의 일등 항해사 사이의 업무 분담은 백만 년 전에는 수많은 조직에서 쓰던 전형적인 관리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실없는 소리나 하며 얼굴마담 노릇을 하는 명목상의 대표와 실제로 일이 돌아가는 상황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파악하는 책임을 맡은 이른바 부대표를 두는 방식이었다.
(223-224/488p)

내가 살던 시절에 ‘자연 선택의 법칙’이 내놓을 수 있었던 최선의 대응은 두려워할 것이 너무나 많았음에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베트남에서 그런 사람을 몇 명 알고 지냈다. 그냥 아는 사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그리고 ★앤드루 매킨토시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234/488p)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진리도 그들이 과야킬에서 이제껏 봤던 것에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다. 단 한 가지만은 예외였는데, 그것은 바로 ‘친척들은 절대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백만 년 전의 도시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불행을 초래하는 믿음이었다.
(241/465p)

그리고 훗날 산타로살리아섬에서 왜 자신의 조상들이 그 섬으로 오게 됐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으면-그런 종류의 궁금증도 3천 년 정도만 지나면 마침내 사라질 테지만- 그 사람이 듣게 될 대답은 "그들은 운석이 쏟아지는 바람에 본토에서 떠나온 것"이란 이야기였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역사가 없는 민족은 행복하다.
-체사레 보네사나, 베카리아 후작(1738~1794)*

(267/465p)

그리하여 ★지그프리트 폰 클라이스트는 메리 헵번과 히사코 히로구치, ★제임스 웨이트, 셀레나 매킨토시, ★카자크를 이끌고 호텔 앞에 주차된 화사하게 꾸며 놓은 버스로 데리고 나갔다. 그 버스는 뉴욕에서 오는 명사들을 환영하기 위해 악사들과 무용수들을 공항으로 싣고 나가기로 되어 있던 버스였다. 칸카보노족 여섯 소녀도 그들과 동행했는데, ★카자크 이름 앞에 별표를 단 것은 그 개가 곧 그 소녀들에게 잡아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개가 있을 때가 아니었다.
(268-269/465p)

그런데 나는 최근 들어서는 커다란 뇌가 했던 그 발상, 즉 ‘인간 노예’에 대해서는 별로 듣지 못했다. 지느러미와 입뿐인 사람이 어떻게 누군가를 속박할 수나 있겠는가?
(270/465p)

백만 년 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니 내 말을 믿기를 바란다. 따지고 보면, 음식이 언제든 사실상 전부인 법이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고, 도덕은 그 다음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271/475p)

★웨이트가 산타로살리아섬에서 이루어진 짝짓기에 참여하기 전에 사망한 것은 오늘날 인류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이 그의 시한폭탄 같은 심장을 물려받았더라도 지금과 그리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아무도 그 시한폭탄이 터질 만큼 오래 살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오늘날은 ★웨이트 나이 또래만 되어도 므두셀라*처럼 완전히 장수한 노인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 노아의 홍수 이전에 969년을 살았다는 창세기에 나오는 유대 족장.
(274/465p)

만다락스 가라사대,

가장 좋은 시절이면서 가장 나쁜 시절이기도 했고,
지혜의 시기이면서 어리석음의 시기이기도 했으며,
믿음의 시대이면서 불신의 시대이기도 했고,
빛의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기도 했으며,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으면서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곧장 가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곧장 가고 있기도 했다.
-찰스 디킨스(1812~1870)*

* 영국의 소설가. 위는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단을 인용한 것이다.
(277/465p)

인간이 옛날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집을 짓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활동을 다시 시작하자면, 이번에는 자신들의 부리로 그런 활동을 해야 한다. 이제 인간의 팔은 지느러미가 되었고, 손뼈는 거의 지느러미 속에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느러미마다 박힌 다섯 개의 작은 덩어리는 완전히 장신구 역할만 해서 짝짓기 철이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들은 사실 퇴화된 다섯 손가락의 끝부분이었다. 게다가 사람의 뇌에서 손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던 부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리하여 인간의 두개골은 이제 훨씬 더 축소되었다. 두개골이 더 축소될수록 사람은 물고기를 더 성공적으로 잡았다.

(283/465p)

그리고 이제 모든 사람들은 무척 순진무구하고 느긋한데, 모두가 다 진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노동을 요하는 일이든 기술을 요하는 일이든
나 또한 바쁘게 살리니.
빈둥거리는 손에게는
사탄이 끊임없이 못된 짓을 저지르게 할 테니까.
-아이작 와츠(1674~1748)*

* 영국의 목사로 영국 찬송가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위는 「어떻게 바쁜 꼬마 꿀벌은」이란 찬송시에서 발췌한 것이다.

(284-285/465p)

그렇게 바이아데다윈호는 이제 남미 본토와 고물 쪽의 밧줄 단 하나만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적으로 말하자면, 그 고물의 밧줄은 모든 현생 인류의 하얀 나일론 탯줄이었다.
(298/465p)

선장은 하류로 배를 몰아 난바다로 향했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인 그 배는
작은 행성처럼 외롭고 빠르게 나아갔다.
-조지프 콘래드(1857~1924)*

* 영국 소설가.

이제 바이아데다윈호는 그냥 평범한 배가 아니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그 배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였다.

(329/465p)

바이아데다윈호는 유령선이었다. 그 배는 육지의 시계에서 벗어나 선장의 유전자와 승객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의 유전자를 싣고서, 서쪽을 향해 이제까지 백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모험을 떠나고 있었다.
나는 유령선의 유령이었다. 나는 커다란 뇌를 지닌 SF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의 아들이다.
나는 미 해병대의 탈영병이었다.
나는 스웨덴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용받아 시민권을 획득했고, 스웨덴 말뫼에서 조선소의 용접공이 되었다. 어느 날 바이아데다윈호의 선체 내부에서 일하던 중 떨어지는 철판에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목이 잘렸는데, 그때 나는 내세로 통하는 파란 터널에 발을 들여놓기를 거부했다.

(331-332/465p)

메리의 커다란 뇌의 어떤 자동 장치에서 딸칵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그녀의 다리가 풀리고 뱃속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340/4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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