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트와 나는 지난 반년 동안 깊은 증오심으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왔다. 우리는 물론 자주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여자 곁으로 다가가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할 때 어떤 역겨움이 느껴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러한 상황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으나 그 어떤 것도 그러한 상상을 하도록 나를 자극하지는 못했음이 사실이다. 나는 내게 차츰 융통성 없는 명철함이 생겨날 때까지 내 이러한 상태를 미화시켜왔다. 결국 그 명철함 때문에 나는 다시 호되게 놀랐지만 말이다. (120/3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