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3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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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5년 전에 전자책으로 처음 읽었었다. 그때는 서평을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에만 쓰다 보니 이 작품을 쓰지 않았다. 이 작품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인데 말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페스트로 많이 괴로워하며 죽는 아이의 모습과 모두 다 어려울 때 유일하게 행복했던 코타르가 크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신을 인정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주인공 리외의 생각에 많은 의문이 들었었다. 신이 없는데, 영원한 것에 대한 인정이 없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할 수가 있나?

그동안 다양한 책을 접한 후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의 생각과 행동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알제리 해안과 마주한 프랑스의 항구도시 오랑에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많은 쥐들이 죽는다. 사람들은 죽은 쥐를 치우는 것을 귀찮게만 여겼는데 점점 사람들도 죽기 시작한다. 펄펄 끓는 열과 딱딱해진 멍울이 몸에 생긴 채 말이다. 당국은 이 병이 전염성이 있다고 여겨 도시를 폐쇄시키고 환자들은 격리 병원에, 환자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도 격리 시설에 수용시키기 시작한다. 의사 리외는 모든 시간을 다 쏟아서 정성껏 환자들을 돌본다. 그 지역에 방문했다가 도시로 나갈 수 없었던 신문기자 랑베르는 아내가 있는 곳으로 어떻게든 나가려고 했으나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을 곁에 보고는 마음을 접고 남아 있기로 결심한다.



혼자만 행복한 것은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 않기로 마음먹은 랑베르는 열심을 다해 환자들을 돌본다.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리외를 돕는 타루는 리외와 서로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우정이 생긴다.



타루는 리외에게 신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왜 이렇게 헌신적인지 물어본다. 리외는 앞 일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니 그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자원봉사들 역시 자신의 삶을 헌신하면서 봉사하는 것을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이 너무나 마땅해서 오히려 안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로 여긴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서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이 생각났다. 상대방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본인들은 총이 있는데도 쏘지 않았던 것은 상대방이 사람이라 총을 쏘면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안 쏜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리외와 자원봉사자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일들을 당연히 한 것이다.

이 어려운 시간이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함께 겪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힘들어도 외롭지는 않았다. 힘들어도 같이 힘들었고 거짓말처럼 갑자기 페스트가 종식되어 도시가 다시 열릴 때도 다 같이 기뻐했다. 이 와중에 범죄자여서 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힘들었던 코타르는 다 같이 우울했던 시대를 마음에 들어 하며 사람들의 불행을 기뻐했다. 그런 그만 페스트의 종식을 원치 않았으나 결국 그 시간은 와 버렸고 그는 기뻐하는 사람들을 총질까지 하고 만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격리에서 풀릴 때 사회에서 격리조치 된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까웠다.

여기에 또 인상적이었던 건 페스트가 사람들의 백신의 개발로 승리하여 종식시킨 것 아니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유로 어느 순간 잠잠해버린 사실이다. 결국 사람은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 상황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 계속 되묻게 되는 작품 <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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