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들 역시 자신의 삶을 헌신하면서 봉사하는 것을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이 너무나 마땅해서 오히려 안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로 여긴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서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이 생각났다. 상대방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본인들은 총이 있는데도 쏘지 않았던 것은 상대방이 사람이라 총을 쏘면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안 쏜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리외와 자원봉사자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일들을 당연히 한 것이다.
이 어려운 시간이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함께 겪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힘들어도 외롭지는 않았다. 힘들어도 같이 힘들었고 거짓말처럼 갑자기 페스트가 종식되어 도시가 다시 열릴 때도 다 같이 기뻐했다. 이 와중에 범죄자여서 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힘들었던 코타르는 다 같이 우울했던 시대를 마음에 들어 하며 사람들의 불행을 기뻐했다. 그런 그만 페스트의 종식을 원치 않았으나 결국 그 시간은 와 버렸고 그는 기뻐하는 사람들을 총질까지 하고 만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격리에서 풀릴 때 사회에서 격리조치 된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까웠다.
여기에 또 인상적이었던 건 페스트가 사람들의 백신의 개발로 승리하여 종식시킨 것 아니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유로 어느 순간 잠잠해버린 사실이다. 결국 사람은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 상황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 계속 되묻게 되는 작품 <페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