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0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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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덕후이자 완역본 매니아인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책! 현대지성의 <국가>이다. 집에 <국가>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아쉽게도 완역본이 아니어서 사 놓고도 얼마나 아쉬웠는지.... ㅠㅠ 그래도 넘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 완역본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ㅎㅎㅎ

<국가>를 이번에 두 번째 읽는 거여서 사실 내용적으로 엄청난 감동을 주거나 임팩트가 있진 않았다. 처음에 워낙 충격을 크게 받아서 ㅋㅋㅋ

그래도 이 현대지성의 완역본 <국가>의 좋은 점은 주인공 소크라테스의 설명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메로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들,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전에 존재하는 저승의 모습들이 무척 디테일 해서 흥미로웠다. 특히 이 저승 이야기는 얼마전에 읽었던 단테의 <신곡>이 떠올랐다. 그 세계로 묘사되는 회천추의 이야기는 단테의 천국의 모습과 정말 많이 흡사함! 역시 명작들은 고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중간에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듯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서 그것도 반가웠다.



<국가>에서 중요한 개념은 '이데아'이다. 모든 사물과 형상엔 본질이 있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는 실제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본질은 존재하고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지혜자이며 이 사회를 이끌어 가야하는 사람이다. 이 '이데아'와 가까울 수록 진리와 가깝고 지혜와 지식이 가득하나 멀수록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본질이 아니라 본질을 나타내는 그림자 같은 현상을 모방하는 것에 대해 무척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천대시 여겨서 화가를 정말 저평가 하는데 이 부분은 처음에 접할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시가(음악)에 대해선 가장 높이 평가하고 미술은 가장 하찮게 여김. 그 분의 이성적인 잣대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일 수 있으나 이제 우리는 안다. 이성이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다는 것을.

또 다른 핵심 개념은 '정의'이다. 사실 이 책이 시작하게 되는 부분이 '불의한 사람과 정의로운 사람 중 누가 행복한가?'의 질문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정의로운 사람이 행복한 것 당연하다는 사실을 여러가지 예시를 통해서 제시한다. 그가 말하길 정의는 자기 것을 소유하고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목수가 제화공의 일을 하거나 제화공이 목수의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불의한 것이다. 이럴 경우 그들도 행복하지 않고 그 사회도 당연히 불행할 것이기 때문에 불의한 자와 불의한 자의 사회는 결코 잘 살수 없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이 부분은 정말 맞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도 그런 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땅히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망할 것은 물론 우리 가정 역시 파멸할 것이다. 내 감정이 혼자 살고 싶고 모든 짐을 내려 놓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그렇게 할 경우 너무나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성을 붙잡고 이렇게 매일 매일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정의를 제대로 알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모두가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요하고 재미있는 부분은 국가의 종류를 나눈 부분인다. 왕도정, 명예정, 과두정, 민주정, 참주정 순서가 이상적인 국가 순서인데 지금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인정하는 민주정이 꼴찌에서 두번째라는 게 흥미롭다 ㅋㅋㅋ 욕구를 절제하지 않고 살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파멸에 이를 수 있는지 플라톤은 잘 알았다.

정말 플라톤이 말한대로 참된 지혜자가 통치를 하고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사는 수호자가 지켜주는 나라가 있다면 정말 최고의 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전제는 정말 애초에 아주 불가능 하다 ㅋㅋㅋㅋㅋ

참된 지혜자도 흔치 낳을 뿐더러 그가 말하는 수호자는 인간이 아니다. 딱 로보트 느낌임 ㅋㅋㅋㅋㅋ 플라톤도 스스로 비판받을 것을 알았는지 자신은 사람들의 욕구들을 잘 알고 있다고 애써 변명은 하나 그닥 잘 모르신거 같음 ㅋㅋㅋㅋ



진짜 지금 시대에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인 소견이심 ㅋㅋㅋㅋㅋㅋㅋ

장애를 갖거나 부족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의 죽음은 너무나 당연하며 그들은 오직 국가를 위해 살아야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은 절대 존재할 수 없고 성관계까지도 훌륭한 종족번식을 위해 허용되는 사람끼리만 할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이야기! 정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절대적인 선이 되면 이렇게 악마같은 정책이 나온다는 것이 정말 소름인듯함.

플라톤의 글은 너무나 지혜롭고 감동이 되어 전율을 느낄만 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기독교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데아’나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아멘!’을 외치게 만들 수준임.

그런데 사람의 감정을 평가절하하고 그 존재 자체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은 채 이성의 가치, 쓸모의 가치로만 판단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것 같다.

우월한 종족인 독일인은 번성해야하고 열등한 종족인 유대인을 죽이는 것이 나치의 이성적 판단으론 옳은 것이다. 자원이 부족해서 모두 파멸하느니 온 우주 생명의 딱 반만 없애서 나머지 반 풍성한 삶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게 하려 했던 타노스가 옳은 것이란 말이다.

다시 한번 가치 판단을 할 때 한 쪽으로 쏠려서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완역본 <국가>는 내용이 정말 풍성해서 벽돌책이었음에도 진짜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현대지성의 <국가>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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