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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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뷰어스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받았습니다]


인생의 의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여러 작가들을 통해 자주 만나는 편이다. 훌륭한 학자, 보는 시각이 남다른 젊은이, 천재적인 통찰력의 CEO등을 만나봤는데 각자의 삶 가운데에 정말 보석같은 이야기를 들을수 있지만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주는 분은 정말 인생을 오래 사신 어르신들의 이야기이다.

그분들은 단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살아보고 경험해봤다. 그분들의 삶이 되어버린 그 경험은 어떤 책의 지식과도 비교할수 없는 힘이 있는데 바로 살아있고 생명력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만큼 나에게 큰 공명을 주는 이야기가 없는데 이 책이 정말 그랬다. 김형석님의 <백년을 살아보니> 이 후로 정말 큰 가르침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데 몇 번이나 울컥하며 눈물이 나던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기쁨도 있으나 나의 영혼까지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어령님은 현재 88세이시고 암 환자이시다. 암 치료를 더 이상 받지 않으시고 자신이 하시는 일을 하시다가 이 땅을 떠날 각오로 하루하루를 살고 계시다. 그런 분에게 죽음은 정말 현실이다. 죽음을 '철창 안의 호랑이가 나와서 나에게 덤벼드는 기분'으로 표현하시는데 넘 생생하게 와 닿았다. 평생 죽음을 연구했던 사람조차 자신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이야기 해 주시는데 진짜 자신의 죽음은 이렇게 느끼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이다.

이 말이 넘 인상적임!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니...

'나는 이 진실에 대해 어떠한 왜곡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부담스러우니 모르는척 해야지...'

이런 생각 누구나 해보지 않았나? 내가 먼가 일부러 나쁜짓을 하지 않았으니 내겐 책임이 없다고 얼마나 많은 자기 위안을 했나... 하지만 그런 태도가 진실을 반하는 행동이라는 게 가슴에 꽂혔다. 가벼운 진실은 지금 본인에 충실한것으로 해결될수 있지만 정의와 맞닿아있는 그런 진실은 얼마나 큰 책임감을 우리에게 부여하는가... 나에겐 이 진실에 대한 정의가 큰 충격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곧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음... 10년도 더 전에 한번 읽어보고 내가 이걸 읽었다니!! 하고 좋아하고 잊어버린 작품임 ㅠㅠ 하지만 그렇게 잊어버리기엔 평생 가지고 가야할만한 교훈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작품의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이 '파 뿌리'사건도 그러함.

천국에 간 자들이 엄청 거창한 선행을 행해서 그 곳에 간 것이 아니라 그 작은 '파 뿌리' 같은 선행을 신이 기억해주시고 구원으로 이끄셨다는 이야기가 왤케 위로가 되고 감사한지... ㅠㅠ 그 은혜와 사랑이 정말 크다고 다시한번 느꼈다.

하지만 그 은혜를 마치 내가 큰일을 해서,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망할수 밖에 없다는 메세지도 정말 크게 와 닿음. 겸손의 자세를 잃어버리면 은혜 받을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새겨본다.



이 책에서 정말 특별하고 새롭게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이 탕자, 잃어버린 양에 관한 이어령님의 관점이다. 그들은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되는, 제거해야 할 존재로 보지 않으시고 그들은 정말 탁월한 자이고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간 자들이라고 아주 큰 평가를 내려주심! 심지어 그들처럼 신념대로 살지 말고 길 잃은 어린양이 되라고 응원해주신다 ^^;;;

그런데 마냥 헤매고 막 살라는 뜻이 아니라 길 잃어도 영영 미아가 되지 않을 것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숙해져서 마침내 다시 아버지가 계시는, 목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을 떠나라는 것이다. 그 때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날수 있고 실존하는 자가 된다고 말씀하심. 평생 거의 시키는대로, 큰 탈선 없이 살아온 나에겐 충격적이고 큰 도전을 던져주셨다. 이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인정하고 우리 아이들을 풀어줘야할텐데 라는 생각이 듬... 그게 얼마나 어려울까 싶지만 ㅠㅠ



부정적이고 문제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만 보지 않으시고 그 모습 역시 이 세상의 하나로 존재할 때 더 나은 사회가 되는 원동력이 될수 있다는 말씀이 넘 와닿았다! 보를레르의 시를 갖고 싶다면 그의 상처까지 가져야한다니... 좋은 점만 쏙쏙 빼먹을순 없다는 것.... 그 반대편에 있는 단점까지 끌어안아야만 건강한 사회라는 말씀이 넘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엉망진창, 카오스도 인정하고 발전할수 있는 하나의 에너지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의 눈을 다시 한번 열어주심,,.



영적 영역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흥미롭고 마음에 와 닿았는데 그 부분은 완전히 나의 바깥에서 온다는 것이다. 고난도 신 은총도 파도가 덮치듯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급습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은혜를 입을 때 나는 어떠한 자랑도 할수 없는 것이다. 나의 노력이 전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고통을 지날 때 고통속에 주저 앉아 더 짐승같은 인간이 될수도 있지만 그 고통의 통찰을 통해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초인이 될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도 정말 마음에 울렸다. 이 영적 영역은 신과 아주 가까이 있는 정말 놀라운 영역인듯 하다.



나는 용서 받을 사람이지 용서 해줄 사람이 아니야.

이 고백에 얼마나 이 분의 겸손함이 느껴지는지.... ㅠㅠ 자신을 객관화 시켜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는 이 고백을 하는 건 불가능한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섭섭함을 느끼고 사는가. 이 세상은 대부분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런 말들을 들으며 산다. 상처받지 않으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 역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는지 깨닫는다면 그동안의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들이 녹아내릴수 밖에 없다. 이 어르신의 고백에 나의 고개도 숙여진다.

이 책은 이어령님이 곧 자신이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김지수 작가와의 대화로 이루어진 글이다. 너무나 다행히 이어령님의 예언이 틀려서 아직 우리와 같은 땅에 살고 계시는데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껴지고 안도감이 드는지...

이런 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넘 감사했고 이렇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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