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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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에서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사르트르가 쓴 소설이고 사르트르의 철학이 잘 녹아져 있다는 소개에 컬처블룸 서평단에 신청하여 읽게 되었다.

나는 유일신을 믿는 사람이라서 무신론자들의 생각을 잘 모른다.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을 사는 이유는 신의 인도하심과 그 분이 주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신념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년에 만난 내 생의 최고의 책 <레 미제라블>의 작가가 빅토르 위고여서 프랑스에 대한 호기심도 더 생겼는데 프랑스 철학자인 사르트르의 생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카뮈의 <이방인>처럼 엄청 허무할줄 알았는데 이 작품은 허무로 끝나지 않고 나름 희망적으로 마무리 된것 같아 무척 신선했다! ㅎㅎ

이 책의 주인공은 앙투안 로캉탱이라는 사람인데 프랑스 항구도시인 부빌이라는 곳에서 롤르봉 후작에 대한 역사책을 쓰고 있는 기간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젊었을 때는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나름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지냈듯 하다. 그러던 중 안니라는 여자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와 4년전에 헤어졌다. 하지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자신 안에 혼란이 닥쳐왔을 때 그녀를 그리워하며 같이 대화하고 싶어한다.

그는 어느날 돌맹이를 주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구토증을 강하게 느꼈다. 그 구토하고 싶은 느낌이 그때 끝난 것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자주 그를 찾아오면서 무척 혼란스러워한다. 그 느낌은 사람인 자신만 느끼는게 아니라 광물인 돌맹이도 느끼고 있는것처럼 인식되면서 느껴지는 혼란과 역겨움인듯하다. 앙투안의 혼란스러움을 보면 그는 술을 진탕 먹고 몸을 못 가누는 사람처럼 어질어질하고 또렷한 생각을 할수 없는것처럼 보인다. 그가 사람들을 볼때는 별로라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라서 별로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들은 그들이 허락도 안되있는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앙투안은 그들의 눈 감은 얼굴을 볼 때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가 느끼기엔.

앙투안에게 존재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든것에게도 해당되는데 그 존재의 상태를 항상 느끼는것도 아니다. 갑자기 강렬히 느꼈졌다가 사그라지듯이 느낌. 그 존재들이 강렬한데 다 쓸데 없다. 죽는것도 쓸데 없다. 그래서 그냥 살고 있기 때문에 그냥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것은 우연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우연성은 절대적이다. 우연인데 절대적이라는 말이 넘 아이러니하다.


음... 정말 대 혼란 환장 파티 같은 이야기다 ^^;;;

나는 공황장애를 겪어본적이 있는데 그 증세는 내 몸이 평소와 같지 않은 상태라고 조금만 느끼면 모든 감각과 집중을 내몸에 하게 된다. 그러면 평소에는 절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마비, 절임, 고통, 왔다갔다 하는 심장의 박동, 극한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유는 평소보다,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오는 현상들이다.

나는 앙투안의 이러한 혼란스러움도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느껴지는 감각들이라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는 몇개는 나도 실제로 느껴봤기 때문이다. 분명 저 사람이 괜찮아 보이는데 급 우습게 보인다든지, 어떤 물체가 갑자기 줌인하는 것처럼 크게 다가와서 먼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것 같았는데 금방 사라진다던지, 내가 갑자기 스스로를 인식해서 무척 이상하고 꿈인지 진짜인지 어려운 것 같은 느낌들 말이다.... 나는 절대적 진리를 믿기 때문에 그런 혼란속에 있어도 다시 그 진리를 붙잡고 내가 있어야할 곳, 내가 마땅히 해야할것과 생각해야할 것들을 찾아서 평안을 얻고 안정을 찾고 상황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앙투안처럼 절대진리를 믿지 않는자들은 자신의 감각에만 의존할수 밖에 없고 느끼는 감각이 예민하고 깊이 집중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게 혼란에 빠지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듯 하다...


그런데 앙투안이 부빌을 떠나기 직전 흑인 재즈 여자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그에게는 아주 낯선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 재즈 가수와 작곡가가 자신들의 작품을 기억해주는 자신덕에 구원 받은것처럼 자신도 소설을 써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억되어지길 소망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구토증이 사라지면서 새 희망을 맛본다! 그게 정말 독특하고 신기했다. 무신론은 카뮈처럼 그냥 허무로 끝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작품 뒤 해설을 보니 앙투안은 이 재즈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쓸때만 강철, 질서, 필연성 과 같은 단단한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그는 내가 절대진리에서 느끼는 안전함을 느꼈던것 같다. 더 이상 흔들거리지 않고 흐물거리지 않는, 확실함과 분명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그러한 흔들리지 않는 반석같은 발판이 있어야지만 혼란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것이라는 걸 또한번 느꼈다.

중간중간 앙투안과 함께 정신분열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어질어질 했지만 그만큼 사르트르의 철학을 제대로 맛 본것 같아서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사르트르와의 찐한 만남을 원하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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