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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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게 된 책.

따뜻하고 밝은 유화의 그림이 맨 처음 눈에 띄었고 유명한 작가이신 박와서님의 에세이라는게 와 닿았고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는 제목이 무슨 얘기일지 궁금했다. 직접 받은 책은 화면보다 더 예쁜 표지라 행복했고 내용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었다.

작가님의 소탈한 유머가 끊임없으면서도 삶의 무게를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흠들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시니 계속 웃음이 나오면서도 뭉클뭉클 마음이 올라왔다.



혼자 걷는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붓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P.13

이 부분에 씨익 웃음이 ^^

내 다리인데 내가 인식 못해줄때가 얼마나 많은가

보통 정말 다리가 아프거나 불편할 때나 거기 있었구나 함 ㅠㅠ

등산하면서 느끼는 기쁨을 나의 몸과 함께 누린다는 말이 풍성히 누리고 있다고 마음이 간질간질 참 좋았다 ^^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p.15

작가님이 등산을 하다가 집 열쇠를 잃어버려서 고생하신적이 있는데 그 열쇠를 찾으려고 땅만 보고 다니다가 결국 못 찾고 스페어 열쇠를 자녀들에게 받으셨다. 그 후 더 이상 찾지 않고 평소처럼 등산을 하셨는데 눈높이에 있는 나뭇가지에 열쇠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신 후 쓰신 글이다. 나도 얼마나 마음이 훈훈하던지 ㅠㅠ 정말 스윗한 등산 이웃이심~~~

정말 이럴 때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따뜻하고 감사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가득해지는것 같다.



이 스토리도 너무 위안이 되고 따뜻했는데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힘들어 하고 계실 때 부산에서 이해인 수녀님이 자신이 있는 수녀원에서 쉬고 가라고 초대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가시게 되었고 작가님은 그분들의 환대가 너무 따뜻했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혼자 있을 수 있어서 회복하기 더 좋았다고 하시는데 정말 공감한다! 나를 너무 사랑하고 아낀다고 옆에서 아무리 잘해줘도 오롯이 혼자 쉴수 없으면 그 대접조차 피곤함 ㅠㅠ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혼자 쉴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오래 혼자 있지도 않고 적절히 사랑 가득한 따뜻한 얼굴로 바라볼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떤 고통도 스르르 녹을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이곳에 너무 좋아서 그 다음부터는 매해 한번씩을 들리시게 된다고 하시는데 그런 쉼의 공간이 있으신게 무척 부러웠다! 나도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이 이야기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정말 보면서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음 ㅋㅋㅋㅋㅋ 얼마나 손자가 귀여운지 ㅋㅋㅋㅋㅋㅋ 콩 부딪혀서 할머니한테 호오 호오 해달라는 그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ㅠㅠ

이 '호오 호오' 입김은 신체를 낫게하는 능력은 하나도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정말 직효인듯하다! 그 사랑 가득한 입김을 불어주면 이 상처는 반드시 낫는다는 아이의 믿음이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

나도 두 딸들을 키우고 있는데 둘 다 아프거나 불안한 일이 있을 때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내가 '괜찮아. 큰일 아니야'하고 말해주면 마법의 주문이라도 걸린듯 방금 비실비실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쌩쌩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ㅎㅎㅎ 정말 이런 사랑의 믿음은 그것을 믿는 아이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그것을 준 어른은 그 사랑스러움을 깊이 느끼게 되는 놀라운 마법 같다.



이 이야기는 내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준, 선물과 같은 이야기였다!

작가님은 40세 여성동아에서 여류 장편소설 모집에 당선이 되면서 소설가의 길이 열렸다. 그런데 그 때까지 작가님은 글을 쓰신적도 없고 체계적인 공부하거나 이것에 대해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심지어 당선이 되었는데도 내가 이 길로 가야하나 고민하셨다고 ^^;;;; 평범한 주부로 지내시다가 공고를 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냥 하셨다는 거다. 이 이야기가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30대 후반인 나에겐 얼마나 큰 위로인지.... ㅠㅠ

나에게 아직 안 늦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열정 갖고 하는 것을 계속 하면 되라는 마음이 들었다.

올 해 코로나로 집에만 있게 되면서 작년부터 불어왔던 독서에 대한 열정이 폭풍처럼 내게 와서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올해 읽었던 책의 양은 여태 살면서 읽었던 책보다 훨씬 많았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긴 했으나 거의 고전문학 위주로 읽었는데 내겐 정말 새로운 경험이고 도전이었다. 책만 읽는다고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읽은 책들을 모두 서평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기록들을 계속 하게 되면서 이렇게 서평단으로써 활동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나의 삶을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찼다!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진심을 담아 한다면 좋은 열매가 될꺼라 확신이 든다 ^^



마지막 장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작가님의 남편은 작가님이 돌아가시기 20년도 더 전에 투병 생활을 하다 돌아가시고 남편의 죽음 이후 3개월 만에 아들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었다고 한다. 하... 어떻게 사셨을 까....

아마 제정신으로 지내실수 없었던것은 확실하셨을 듯 하다... 아들이 공부도 참 잘하고 서울대 의대생이고 레지던트로 성실히 일하던 수재였던데 정말 아까운 인생임 ㅠㅠ

그렇게 너무 힘들어서 정말 죽고 싶었고 이렇게 괴로워하다가는 죽겠지 하면서 사셨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음식 냄새를 맡고는 식욕이 돌았고 그런 본인에게 모멸감이 들었으나 결국 식욕에 굴복하셨다고 한다. 정말 그게 인생이고 인간이지... 너무나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라서 그 마음이 와닿았고 계속 끄덕끄덕 하게 됨.

먼저 간 아들 때문에 죽음과 가까워지는게 반갑고 설레셨다는 말이 뭉클했다. ㅠㅠ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죽음을 껴안고 싶으면서도 죽고 싶어하지 않은 육체의 본능에서의 갈등...그런 솔직한 고백이 이해되서 나에게도 위안이 되었다.

나는 아직까진 직계가족 중 먼저 떠나보낸 사람이 없지만 힘든 삶을 보아도 삶에는 그리 희망이 없고, 나에게 가장 큰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을 만날 생각에 죽음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으나 실제적 죽음을 조금만 상상해도 너무나 두려운건 어쩔수 없는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 지금 해야할 일을 성실히 하는 수 밖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없는 듯 하다.

이 밖에도 작가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신여성으로 키우고 싶으나 정작 본인은 구시대적 여성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여성의 삶을 강요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시고 작가님도 역시 그러는 자신을 발견하셨던 이야기... 나도 그 이야기에 정말 공감한다.

그리고 삶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 뒷이야기가 넘 알고 싶은데 하고 결말을 알수 없어서 아쉬웠던 이야기 등등 작가님의 소탈함과 따뜻한 진심가운데 나오는 글이 참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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