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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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최재천이라는 인물을 만난 것은 아이들이 읽는 책 가운데 몇 권의 자연관찰책의 감수자로서 였다. 그러다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학문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로 알게 되었다. 그는 <대담>에서 21세기의 학문은 여러 학문들이 모여 일관된 이론의 체계를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p.93). 물론 그의 말처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분과가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여러 학문들을 모아서 일관된 이론체계가 찾아내는 것이 가능한가에는 의문이 든다. 아직 <통섭>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라 너무 섣부른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통섭>을 읽고 난 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이라는 책을 먼저 일고, 다음에 <대담>을 읽었다.

먼저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에서는 많은 동물들의 생태가 인간의 사회, 문화, 경제현상과 비교되어 일목요연하게 전개되어있다. 대부분 알고 있는 동물 생태를 다루어서 쉽게 읽어내려 가다가 가장 눈이 쏠렸던 부분은 뉴기니 섬이나 북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정자새를 예로 들면서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형태가 유전된다면, 그 형태가 만들어내는 행동도 유전되고, 그 행동이 만들어 내는 구조물도 유전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p.92). 그렇다면 인간의 모든 행동과 그의 구조물 또한 모두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활동일까? 아니면 일부분이라면 어느 부분까지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러한 의문을 품고 <대담>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문학자인 도정일과 생물학자인 최재천이 만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을 꿈꾸며 소통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신화나 종교의 기원, 영혼의 존재여부 및 예술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그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라 그에 대한 궁금증은 얼마간 해소할 수 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시각도 흥미를 끌었다. 이 부분은 프로이드의 저작을 읽어본 후에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시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에서 가졌던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인간의 역사와 문명은 어디까지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한 것이고(생물학적 진화), 어디까지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가(사회적 진화)?

인문학자 도정일은 인간의 탁월성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인간은 틀림없이 이기적 동물이나 동시에 그 이기적 성향을 거스를 줄 아는 존재이고, 둘째는 인간이 상상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지금 여기’에 매어 있으면서도 그 결박을 넘어 다른 것,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을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p.515).

인간의 탁월성의 첫 번째는 상호호혜이론으로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이 존재하는가? 동물들에게 존재하는 상상력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더 생각해 볼 문제다.

진화의 개념으로 볼 때,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내부의 성향들이 환경과 어떻게 교섭하고 협상하느냐에 따라서 발현의 종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고 한다(p. 540). 따라서 다양성, 다수성, 다원성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동물들이 상상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지는 특성이 아닐까?

아직까지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인간의 모든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이 아직 서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동물들과는 다른 인간 고유의 특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조금 더 관련서적을 읽어보고 생각하다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의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도 확실하게 인간의 모든 활동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명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든 간에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으로서 인간과 동물, 동물과 식물, 지구상의 생물과 환경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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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지? 창비아동문고 247
김옥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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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선 참 난감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까?

좀 깊게 생각해보니 지효의 아버지의 관점에서 글을 읽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주인공인 지효에 중점을 두고 읽어 내려갔다.

자위행위에 대한 죄책감, 부모의 형제지간 차별대우로 인한 불만과 고통,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난 뒤에 느끼는 후회와 죄의식, 동생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자책, 친구들 사이에서 허세부리기, 부모의 말씀에 거부하고 고집피우기, 성적표 조작, 동생 탄생의 기쁨, 부당한 체벌, 첫사랑의 설레임,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 등....

열두어 살 아이들이 겪을 만한 상황을 상세하게 찾아내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점은 작가의 기독교적 시각이었다. 종교가 다른 그외 다수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이라는 점에 염두에 두었다면 굳이 기독교인의 가정을 바탕으로 해서 특정 종교의 시각으로 글을 써야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주인공 지효의 감정이나 생각이나 행동이 특정 종교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라고 제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아이들의 일상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여 아이들에게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나 갈등, 생각, 그로 인한 행동들이 나만이 느끼는 고민이나 갈등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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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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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럴 시간에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거 아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형마트에서 주차안내를 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가 자주 남편에게 했던 말이다.

사실 좀 답답했었다. 약간의 보수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금 시간을 투자하여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실력을 쌓는데 힘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들이 나보다 더 자신들의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할 것이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그들 자신의 인생이니 나보다 더 그들이 소중히 여길 거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그들의 속사정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한쪽으로만 치우친 나의 생각!

내 자신의 작은 세계에 사로잡혀있던 내 자신이 민망했다.

학급공금을 생활비로 충당하고 죽음을 생각했던 여학생, 아버지의 낡은 행상트럭을 볼 때마다 왼쪽가슴 밑에서 부저가 울리는 민수,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미혼모가 된 승애...

그들은 너무나도 가난하다.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한다. 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이 아니다. 부모의 근심걱정을 같이 떠안고 사는 아이들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들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주변의 환경에 비관하여 낙담하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다. 의지가 굳은 아이들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커나가는 아이들이다. 그들이 보는 자신들의 미래를 어둡지 않다. 힘들지만 가족 간에 서로 정을 느끼고 의지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달리는 아이들이다. 이제라도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며 살아가는지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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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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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중, TV 채널을 돌리다가 방통대 강의채널에서 「인문학강의-호모에로스」로 고미숙님이 강의하는 것을 보았다. 강의내용이 알듯 말듯 모호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하였다. 읽는 내내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산발적으로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일어나 뒤섞여 나뒹굴었다. 결국 다른 일들을 뒤로 하고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자, 아니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쓴다. 멜로드라마로 인한 사랑의 편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을 옭아매는 부모의 덫, 쇼핑몰(자동차와 성형)에 잠식 당한 욕망 등 수없이 많은 내용들이 나와 있다. 이들을 모두 이야기 하자면 또 다른 맥락에서 다른 글을 써야 하기에 나의 관심에 의미있게 다가온 부분만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생각해 보았다.  

I.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사랑은 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사랑할 대상이 없다.’ 라는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은 대상이 나에게 기쁨 혹은 쾌감을 준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랑이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즉, 내가 어떻게 관계를 구성하느냐가 사랑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결정한다고 한다.(p.145) 동감이 가는 부분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가장 먼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고 그로 인한 기쁨과 환희 또한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사랑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사랑때문에 상실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잃은 사랑 때문에 분노하고 원한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모든 원인을 남의 탓, 세상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약자요, 노예의 정신이라고 한다. 내 운명을 망치는 것, 나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것, 그 모든 것이 다 타자라면, 당연히 나는 내 운명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래서 노예라고 하는 것이다.(p.176) 그렇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II. 시절인연 
사랑이라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절인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형을 찾아 헤매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때가 무르익으면 누군가가 만나지는 것이다.(p.174) 같은 이치로 이 인연의 배치가 달라지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인연의 고리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p.175)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이 시절인연이 어긋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헤어짐은 고통이지만 불행한 일이 아니며, 새로운 인연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인 것이다. 헤어짐의 슬픔에 빠져있을 일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사건이 왔을 때 시절인연을 오롯이 누렸다면, 즉 존재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삶을 창조하는데 매진했다면 그 사랑은 미련도 회한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에는 공부가 필요한 모양이다. 사랑하는 동안 오롯이 상대에게 매진할 수 있도록 말이다.

III. 에로스는 쿵푸다. 
사랑은 바로 내 몸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자신의 몸과 능동적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몸이 능동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사랑은 무조건 축복이다. 내용과 형태가 무엇이건 그 순간, 존재의 충만감에 휩싸이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그것은 오히려 평온함을 동반한다. 태풍의 눈이 그러하듯이.(p.156) 예컨대, 내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인데 변비와 두통, 옆구리 쑤심, 스트레스 등에 시달린다면, 그에 더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안감에 시달린다면, 그 연애는 당장 멈춰야 한다. 몸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 사랑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p.155) 내 몸과 소통하는 힘에 비례하여 상대에 대해서도 알아차릴 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p.159)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도록 관찰과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고로, 에로스는 쿵푸다.

IV. 발원하라.

상대에 대한 욕망과 분노와 무명無明의 늪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길은 간절히 발원하면 된다. 발원은 자기로부터 벗어나 더 큰 인연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발원이란 존재를 거는 것이고 그 순간 이미 나는 그 장면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사랑은 이미 내게 현존하는 것이다. 그러니 간절히 발원하라. 그리고 때를 기다리라고 한다. 상대를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이든 서로 마주보는 사랑이든 사랑을 발원하는 것만으로 이미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상대가 그 사랑을 인지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더 이상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사랑은 내 스스로 인연의 장끼며 내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V. 사랑은 삶(서사)과 함께 - ‘네 안에 너를 멸망시킬 태풍이 있는가?’

나를 멸망시킨다는 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나, 자아 혹은 자의식의 성체를 무너뜨리는 힘의 도래를 의미한다.(p.152) 사랑은 끝없이 변화하는 흐름이요 운동이다.(p.145) 사랑을 하게 되면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아주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활동들을 시공간적으로 다르게 안배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신의 삶의 현장이 달라지고 자신의 인연조건이 달라진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와 활동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신체의 창조이며 삶의 창조다. 루신처럼 말이다. 사랑을 통한 삶의 창조, 그것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영역이다.(p.230) 저자는 말한다. 일상과 동떨어진 이벤트나 쇼는 하지 말라고.  나는 말한다. ’내 안에 나를 잠식시킬 파동이 존재하는가?’



내가 사랑에 대해 품었던 의문은 사랑의 실연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가? 게다가, 현재의 사랑과 그이전의 사랑이 마음속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였다. 이에 대한 답은 저자를 통해 다소나마 얻은 듯하다. 실연은 고통스러우나 새로운 인연의 서막이며 시절인연을 오롯이 누렸다면 마음의 미련이나 회한이 남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김상봉의 ‘서로주체성의 이념’를 더 읽어보면 좀더 명확하게 보일 것 같다. 사랑에 대해...    

 헤어짐이 두려워 머뭇거리는 이들이여! 사랑이 이러하다면 두려워할 일이 무어란 말인가? 비록 헤어짐의 아픔이 따르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절인연의, 새로운 만남의 장이 열리는 서막이거늘! 모든 이들이여! 사랑이라는 삶의 연못에 푹 빠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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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6:46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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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박지원’은 학창시절에 무심결에 외운 ‘박지원의 열하일기’, 열하일기의 지은이였다. 열하가 중국의 지명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박지원은 나의 기억 저편에 짧은 두 단어로 남아있던 터에 이번 독서클럽의 토론주제로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선정되었다. 도서관에서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클릭했더니 이 책밖에 검색되지 않았다. 2주전에 이 책을 대여했으나 한동안 집안 책상 위에서 홀로 남겨져 있어야 했다. 그만큼 박지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틀 전 드디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읽어나가다 보니 ‘어! 박지원, 우울증, 체제를 거부한 당당한 아웃사이더, 생각보다 재밌는 인물이네, 음, 특이한 경력이군, 어, 어, 어.’ 하다가 박지원의 열혈 팬이 되었다. 아직 2장까지밖에 읽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내가 옳다구나! 동감한 부분은 연암의 우정론과 문장론에 대한 부분이다.

<우정론>

"벗이란 ‘제2의 나’다. 벗이 없다면 대체 누구와 더불어 보는 것을 함께 하며, 누구와 더불어 듣는 것을 함께 하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맛보는 것을 같이 하며, 누구와 더불어 냄새 맡는 것을 함께 하며, 장차 누구와 더불어 지혜의 깨달음을 나눌 수 있겠는가? 아내는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친구는 한 번 잃으면 결코 다시는 구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존재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대적 비극인 까닭이다." (p.65)

진정한 친구와의 교우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듯하다. 그들의 만남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절친그룹 백탑청연에는 당대의 최고 과학자인 담헌 홍대용, 석치 정철조, 서얼인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자출신의 무인 백동수 등이 그들만의 우정을 쌓아갔다. 밤마다 모여 한쪽에선 풍류를, 한편에선 명상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모임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광경인가? 그들은 맛을, 향을, 음악을, 감정을, 사상을 같이 공유했다. 부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p.64) 중국 명나라 이탁오의 말이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맴을 돈다.

<문장론>

“진실로 능히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면서도 법도에 맞을 수 있다면 지금의 글이 옛글과 같게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이 비록 오래되었지만 끊임없이 생명을 내고, 해와 달이 비록 오래되었어도 그 광휘는 날마다 새롭다. 책에 실려 있는 것이 비록 방대하지만 가리키는 뜻은 제가끔 다르다. 때문에 날고 잠기고 달리고 뛰는 온갖 생물 가운데에는 간혹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고, 산천초목에는 반드시 비밀스런 영(靈)이 있게 마련이다. 썩은 흙에서 지초가 나오고 썩은 풀이 반딧불로 화한다.” -초정집서(p.135)

그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문장에 생의 약동하는 기운을 불어넣을 것 인가였다. “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하여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이런 글을 대체 얻다 쓰겠는가?” 말하자면 글이란 읽는 이들을 촉발하는 ‘공명통’이어야 한다. 찬탄이든 증오든 공명을 야기하지 못하는 글은 죽은 것이다. (p.133)

글을 쓰는 사람이 염두에 두어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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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48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2. 진격의 두별! -다산과 연암 가족관계 파헤쳐 보기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3-06-18 12:14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완전정복 가이드 1탄] 다산과 연암, 그들의 가족관계 18세기 조선에 나타난 두 거성, 다산과 연암. 이 두 개의 별을 둘러싼 또다른 크고 작은 별들과의 관계를 파헤쳐 봅니다. 오늘은 가족관계편입니다! 다산의 가족관계 1762년 아버지 정재원과 어머니 해남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다산. 다산의 아버님은 장가를 세 번 드셨습니다(당시 상황으로는 뭐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첫째 부인에게서는 약현을 낳았고, 두번째 부인인 다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