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뚜벅이 시점 세계여행 - 인생의 경험치는 걸음 수에 비례한다
송현서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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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닌 도시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체코 프라하부터 시작해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피렌체, 호주 시드니, 포르투갈 신트라까지. 첫 번째 장 '강렬한 추억 하나로 사랑하게 되는 도시가 있다'라는 소제목부터가 마음을 끌었습니다.

읽어가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단순히 관광명소를 나열하거나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뚜벅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미국 뉴욕, 요르단 와디 럼, 스위스 바젤 같은 다양한 도시에서 겪은 실제 에피소드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3장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소제목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프랑스 파리, 그리스 아테네에서의 경험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도시를 첫눈에 사랑할 필요는 없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잘 말하지 않는 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 다른 점은 철저히 '걷는 여행자'의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교통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걸어 다니며 느낀 감각들, 도보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냈습니다.

즉흥적이거나 화려한 모험담이 아니라, 꼼꼼하게 준비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여행 중 마주하는 두려움과 작은 용기,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이 과장 없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5장 '갔어도 다시 한번'에서 다룬 스페인 마드리드, 싱가포르,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중국 상하이, 일본 오사카에서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여행이란 단순히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만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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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경험치는 걸음 수에 비례한다'는 부제처럼, 결국 우리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니며 쌓아가는 경험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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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베튤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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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이렇게 정말로 존재하고 있어"
이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강함과 연약함, 실존적 고립과 연결감,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이보다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경계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경계 '바깥'에 있다는 불안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관점도 제시한다.

가끔 내가 나를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집단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냥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다.

베튤의 글은 조심스럽지만 단단하다. 마치 적당히 멀고 또 가까우면서도 신중한 한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다. 먹고사는 현실의 고단함도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힘과 용기가 느껴진다.

경계에 선다는 것이 때로는 힘들지만, 그 위치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계와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내 자신의 경계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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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아이러브유
스미노 요루 지음, 김현화 옮김 / 사유와공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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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감춰왔던 감정과 솔직한 사랑의 형태를 탐구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가는 이를 '왜곡된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멸망이라는 예고된 죽음 앞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감춰왔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그것이 이내 멈출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엔 세계 멸망이라는 설정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이 설정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 인물의 마지막 선택과 솔직한 감정 묘사가 정말 인상 깊었다. 옴니버스 구성이라 처음엔 산만할까 걱정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단편 각각이 긴 여운을 남겼다.

'왜곡된 사랑'이라는 테마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점이 특히 좋았다. 멸망을 앞둔 각자의 진심과 극한 상황에서의 선택들이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몇몇 단편의 결말이 모호한 점은 약간 아쉬웠지만, 그것도 나름의 여운을 남기는 장치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처음엔 기대가 낮았는데, 몰입도가 정말 높았다.

여운이 오래가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의 내면 감정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독특한 단편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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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집 - 니 맘대로 내 맘대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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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만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단어집이라는 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었습니다.

각 챕터가 현관, 거실, 주방, 작업실 등 집의 각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시선과 단어로 주거와 자아에 관한 단상들을 풀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현실의 거주 공간이 아닌, 작가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마음의 집"을 그려낸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단어와 문장이 마치 벽돌처럼 쌓여서 하나의 완성된 집을 이루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마다 단어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실키 작가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모아 마음의 집을 지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며 느낀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자신만의 단어"와 해석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고 따뜻합니다.

작가만의 단어로 쌓아 올린 집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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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사라진 작품들 - 팔리거나 도난당하거나 파괴된 그래피티 51
윌 엘즈워스-존스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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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팔리거나 도난당하거나 파괴된 그래피티 51점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겪는 운명의 아이러니였다. 원래 대중에게 열려 있던 거리 예술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순간 소유의 대상이 되면서 본래의 의미와 공간성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이 '소유'되는 순간 그것이 가진 자유와 메시지가 함께 소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뱅크시의 작품들이 훼손되고, 도난당하고, 파괴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예술의 영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작품의 소실을 넘어서, 예술의 소비와 보호를 둘러싼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뱅크시가 개인적 메시지를 넘어서 사회적 비판, 풍자, 저항을 예술에 담아왔다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작품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예술의 기억과 질문이다. '예술은 누구의 것인가?', '예술의 가치란 무엇인가?'

사라진 작품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기록하는 저자의 작업을 통해, 예술의 일회성과 그 순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질지라도, 그 맥락과 이야기는 기억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작품의 '흔적'도 소중함을 강조한다. 이는 예술이 단순히 물리적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술의 본질은 형태의 영속성이 아닌, 사회와 인간에게 남기는 영향과 질문에 있다"는 작가의 근본적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뱅크시의 작품들이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을지라도, 그들이 제기한 질문과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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