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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평점 :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 이데올로기라는 그물망 속에서 숨쉬고 있지만, 그 그물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뇌가 먼저일까, 정치가 먼저일까?"
이 질문은 마치 달걀과 닭의 순서를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하다. 즈미그로드는 이 관계가 일방향이 아닌 춤과 같은 상호작용임을 보여준다. 특정한 뇌 구조와 인지 패턴이 우리를 어떤 이데올로기로 이끌기도 하지만, 역으로 우리가 믿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뇌를 조금씩 변형시킨다.
습관과 같다. 다섯 번 반복한 습관과 백 번 반복한 습관은 같은 행동이라도 뇌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르다. 매일 아침 특정 뉴스 채널만 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대화하며, 이미 내 안에 있는 신념을 확인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더 극단으로 나아간다.
이데올로기는 렌즈와 같다.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 선명함은 때로 환상이다. "이데올로기의 구조와 의미를 좇다 보면 감각 세계가 빈곤해진다." 풍부한 색채와 뉘앙스,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흑백의 세계만 남는다. 세상은 우리 편과 그들 편으로 나뉘고,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구호로 축소된다.
무서운 것은 저자가 말하는 "불길한 피드백 고리"다. 경직된 사고방식이 극단적 이데올로기를 선택하게 하고, 그 이데올로기에 푹 빠질수록 사고는 더욱 경직되며, 그 결과 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를 갈망하게 된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독단적이고 편협해지며", 결국 그들의 몸과 마음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조된다."
SNS 알고리즘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경고가 있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에코 챔버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우리의 뇌는 조금씩 변형되고 있다.
저자는 요구한다. "여러분이 '해야만 하는' 모든 것, 의무나 외부에서 부과되는 강요에 의문을 품었으면 한다."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첫 걸음은 의심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익숙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 보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는 얼마나 경직되어 있을까? 그리고 그 렌즈를 통해 보지 못하는 것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