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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라. 그리고 타락하라. -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 ㅣ 러너스북 Runner’s Book 4
사카구치 안고 지음, 이준혁 옮김 / 고유명사 / 2025년 2월
평점 :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은 "인간은 살고, 인간은 타락한다. 이것 외에 인간을 구원할 지름길은 없다"라는 문장에 집약됩니다. 그에게 타락은 부정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필수적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전후 일본의 도덕적 혼란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지향점을 제시합니다.
예술에 대한 안고의 견해는 독창적입니다. "그것이 살아 있을 때 속악한 실용품에 지나지 않던 것이, 고전이 되었을 때, 예술의 이름으로 살아남는다"라는 구절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을 보여줍니다. 또한 "속된 사람은 속된 것에, 작은 사람은 작은 것에, 속된 그대로 작은 그대로 각자의 비원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립다"라는 표현에서 진정성을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입니다. "사는 것만이 중요하다"라는 단언은 전쟁 이후의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죽은 사람은 그냥 사라질 뿐으로, 아무것도 없을 뿐이지 않은가. 살아내 보이고, 해내 보이고, 끝까지 싸워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구절에서 생의 강렬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고독과 평화에 대한 안고의 관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고독은 사람의 고향이다"라는 표현은 자아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평화를 추구한다면 고독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면서도, "불안, 고통, 슬픔, 이런 것들이 나는 좋다"라고 말함으로써 내면의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사랑에 대한 안고의 통찰력은 예리합니다. "연애는 인생의 꽃이다. 아무리 지루하더라도, 그밖에 다른 꽃은 없다"라는 문장은 삶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또 서로 미워하는 게 당연하다"라는 말에서는 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드러납니다.
이 산문집은 형식적 도덕주의를 거부하고 인간 실존의 진실을 직시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타락이라는 역설적 과정을 통해 구원을 모색하는 사카구치 안고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