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페르낭 레제 그림, 신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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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막 감옥에서 나온 베를렌을 만난 랭보는 《일뤼미나시옹》 원고를 건네며 시집 출판을 위해 제르맹 누보에게 원고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 일을 끝으로 작가로서 랭보의 문학적 삶도 더 이어지지 않는다.
이후 랭보는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노동자, 용병, 건설 현장 감독, 상인 등으로 일한다.
1891년 무릎 병이 악화되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돌아와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지만 병은 호전되지 않고, 그해 11월 10일 37세의 나이로 마르세유 병원에서 세상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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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경험과 난해하면서도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하는 신비함을 경험하게 하는 시집이다. 산문이나 운문에 가깝고 '시'라는 것이 으레 가져야 하는 운율같은 선입견적인 규칙은 찾아볼 수 없다. 불어가 가능하다면 원서를 정말 보고 싶다. 옮긴이의 말을 따르자면 '뭔가 음악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에 공감한다. 5년 정도 문학적 활동을 했다는 게 안타깝고 얼마나 깊은 고민으로 외롭고 고독하게 고립시켜 언어들을 써 내려갔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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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에서 종으로 밧줄을 걸었고,
창문에서 창문으로 꽃줄을,
별에서 별로 황금 사슬을 둘렀다,
그리고 나는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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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때 틀어박혀 있던 다락방에서 난 세상을 알았고, 인간희극을 그림으로 그렸다. 지하 저장실에서 난 역사를 배웠다. 북쪽 지방의 어느 도시에 저녁 파티가 있을 적마다 옛 화가들이 그린 여자들을 모두 만났다. 파리의 오래된 아케이드에서 고전 학문을 배웠다. 동방 전체가 에워싼 장엄한 거처에서 난 내 무한한 작품을 완성했고 유명한 은거를 하였다. 난 내 피를 휘저었다. 내 의무에서 벗어났다. 이제 그것은 더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실 나는 무덤 저편에 있으며, 보수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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