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무게 책꿈 2
사라 크로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출판사 가람어린이 에서 나오는 책들은 눈여겨 보게 된다.
권선징악형 결말이나, 뻔한 감동은
이제 유치하다 여기는 우리집 초등 딸에게
가람어린이 책이 제법 궁합이 맞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신간 '물의 무게'는
책의 제목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산뜻한 표지가 마음을 움직였다.

 

 

 

 

초등 딸은 물론이요, 나 역시 수영을 몇 년간 했기에
물의 무게를 익히 알고 있다.

한 없이 자유로울 것 같지만,
물의 무게는 분명히 우리 몸 곳곳에 압력을 가한다.

이 책의 제목은 왜 물의 무게였을까?
에메랄드빛 물결속에 고운 날개를 달고
둥실 둥실 떠다니는 저 아이가
이 책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사라 크로산.
더블린과 런던에서 자란 그녀는 대학에서 철학, 문학,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한다.

이 책 물의 무게는 이미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카네기 상 최종 후부에 오를 정도의 수작이다.

성장소설을 표방하지만 ,
페이지를 넘기던 나는 당황했다.

시집인가??

함축적인 제목이 그러하고,
내용 또한 소설의 그것과는 모양이나 형식이 많이 다르다.
시에 가깝다.

 

책 표지를 넘기고 만난 페이지는 이러하다.

나는 책을 볼때 항상
표지를 제일 먼저, 뒷 페이지를 그 다음으로 보고
그런 후 목차를 오랫동안 살피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목차가 없다.
목차를 보면 대략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흐름과 방향,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데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도 배경도 없이 이 책을 만났다.

"아빠는 우리를 떠나면서,
엄마와 나를 버리고 나가면서
쓸만한 물건은 다 가져가 버렸다"


이야기의 주인공 카이엔카의 1인칭 시점에서 독백으로 구성된 책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모노드라마 한편을 보는 느낌도 있고,

카이엔카가 처한 복잡한 처지와 상황에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엄마와 여행가방과 낣은 빨래 자루 하나를 짊어지고 영국으로 온다.
아빠는 카시엔카와 엄마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엄마의 얼굴 한쪽에서 눈물이 반짝이는 게 보인다.
엄마를 위로 하고 싶지만,
위로하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이혼이라는 큰 무게는 엄마의 삶을 짓누른다.
엄마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척이나 힘들어 하고 있었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카시엔카에게도
전염병처럼 그 우울이 다가올 거 같았다.

학교 생활에서도 카시엔카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낯선 이방인데 아이들은 호락호락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따돌림과 괴롭힘,
카이엔카의 10대는 , 학교생활은 괴로움으로 점철되었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그녀의 삶으로 헤엄쳐 들어온다.
윌리엄..

윌리엄으로 인해 카시엔카는 수영부에 들어가게 되고,
수영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억압과 편견에서
조금씩 깨어나가는 계기가 된다.

 

사랑은 대문자 W 와 같은 것

제목부터 글까지 재밌다.
물의 무게를 읽다보면 카시엔카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데,
이 챕터는 특히나 소설을 쓰는 작가 본인이 아니라

카시엔카라는 아이가 실제하고 그 아이가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감상에 잔뜩 취해서 적당히 유치하고 조악스럽다. 

 

사랑이란 지켜보는 것 (Watching)
사랑이란 기다리는 것 (Waiting)
사랑이란 원하는 것 (Wanting)
사랑이란 걱정하는 것 (Worrying)
속삭임이고 (Whisper), 아무 말도 없다 (Wordless)

 

월리엄은 카시엔카에게 유일하게 호의를 베푸는 친구 중 하나다.

그녀의 다른 외모, 피부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 위에 부유하는 그 어떤 것처럼
바다를 좌지 우지 하는 파도처럼

사춘기 소녀, 카시엔카의 인생에 들어왔다.

단순히 그 또래의 연애, 혹은 이성감정이라 하기엔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

윌리엄과의 만남은 카시엔카가
더이상 현재 그녀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상황에서 머물지 않고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변하도록,
벗어나도록 하는 힘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카시엔카에게 수영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물은 또 다른 세상이다.
물에게는 물만의 언어가 있다.

짧지만 깊은 그 깨달음을
이제 고작 십대인 카시엔카가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이다.

 

 이제 카시엔카는 물에 뜨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던 물의 무게는
그녀가 수영을 하게 되자


마치 아무런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공간처럼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물 속에 있을 때면 내 몸은 마치 파도처럼 흔들린다.
격렬하면서도 아름답게 흔들린다."

물을 만나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카시엔카의 독백은
이제 더이상 처연한 우울은 없다.

마치 검은 장막을 걷고 나와
뜨거운 박수를 맞이하고자 커튼콜을 준비하는 이 처럼
당당함이 서려있다.

 

 

나는 나 자신의 힘으로 똑바로 선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으리라.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
낯선 곳에서의 출발,
타인의 거친 시선과 편견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 마주하는 순간
 마침내 큰 힘을 발휘한다.


삶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배워가는
한 소녀의 담담하지만 가슴 절절한 고백...

읽는 내내 한 없이 슬펐고,
가슴이 말랑했고
마침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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