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한텐 아무도 안 와.

근데... 나도 안가, 아무한테도..."


먼저 다가가는 것이 두려운 세싱의 모든 소심이들을 위한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다니카와 슌타로, 오가와 요코 등 일본 문단의 극찬 릴레이...


톤 텔레헨 소설, '고슴도치의 소원'

arte 출판사의 책을 검색하던 중

표지만 보고 마음이 움직였던 책.


'고슴도치의 소원'


세상 모든 소심이들을 위한 이야기.. 라는 문구에

내 눈이 먼저 반응했을지 모릅니다.



고슴도치는 침대 밑 어둠속에 누워 있었다.

"여기가 제일 안전해. 외롭지만 안전해"


예민하고, 겁 많고, 생각은 더 많은 고슴도치가 내미는 작은 손.

조금 외로워도, 조금 불안해도, 그런대로 조금은 행복한 이야기!

 

표지의 일러스트와 감성돋는 문구때문에 고른 책인데

일본 문단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나봅니다.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 시인 다나카와 슌타로 등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가들의 평이 앞다투어 실려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톤 텔레헨 입니다.

네델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고,

네델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해요.


이번 책 "고슴도치의 소원"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 볼 수 있는데요. 

전작들에서 그가 보여주었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이해하기 어렵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보고 싶은 동물들에게...

모두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외로운 고슴도치 한 마리..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고, 누군가와 자신의 공간을 채워주길 바라지요.

 

 

하지만 고슴도치는 마음을 담아 쓴 편지를

결국 찬장 서랍에 넣어 버리고 고개를 젓습니다.


"편지는 안 보낼 거야. 지금은 아니야"

고슴도치는 친구들을 초대하는 편지를 써 놓고

찬장에 넣은채 부치지도 않았건만...

벌써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난 못 가..

못 갈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슴도치는 부치지도 않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혼자 상상하면서 한숨도 쉽니다.

당연히 아무도 안 올거야.

거절당할 게 두려워 부치지 않은 편지를 내려 놓고 나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슬펐지요.


"외로움은 나에게 속한거야. 내 가시처럼"


고슴도치를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동물친구들을 초대할 상상만 해도 고슴도치는 분주해집니다.

친구들이 어떤 케이크를 좋아할 지 몰라

잔뜩 구워볼 생각이거든요.


고슴도치 생각대로 케이크를 굽자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지붕을 뚫고 올라가 높은 탑을 이루고야 맙니다.

 

 

 

친구들은 내 가시때문에 나를 무서워하는 걸까?

초대를 받고 고슴도치네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자신을 꺼려하는 꿈이나,

초대받은 동물들이 화를 당하는 악몽도 꿉니다.


"나는 이상해, 겁을 주고, 외롭고, 자신감도 없어.

내겐 가시만 있어.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길 원하면서 또 누군가 오는 걸 원하지 않아

나는 대체 어떤 동물이지?"

 

동물들을 초대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동물들이 자신의 초대를 받아들일지 어떨지..

내내 걱정만 하던 고슴도치..


머릿속에 차례차례 다양한 동물들과의 만남을 상상해 봅니다.

상상의 대부분은 걱정과 한숨,

후회와 미련이 점철된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 상상의 끝은 "초대장을 보내지 않길 잘했어" 라는

자기 위안이었어요.

 

이 책의 고슴도치의 고민과 후회는 반복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인간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사서 걱정하기의 달인이라고 고슴도치를 핀잔주기엔

우리의 모습도 그러하고


누군가와 관계맺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관계맺기를 두려워 하는 이중적인 심리는

타인에 대한 불안함이 녹아 있습니다.


설령 관계를 맺는다 해도,

그 관계가 쉽게 깨질거라는 생각에

선뜻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는 고슴도치의 모습을 보면

무작정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자신의 가시탓을 하는 고슴도치를

꼭 끌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은..

어쩜 고슴도치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내 자신에 대한 넉넉한 위로가 필요할때,

뾰족할지언정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필요할 때


이 책..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