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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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의 거장, 조정래 작가의 신작!

묵직한 타이틀의 고목같은 작가가 내 보이는 책은

싱그러운 제목때문에 생경하다.

"풀꽃도 꽃이다"

 

당장에라도 풀바람이 일렁거릴 것 같은 표지에

말랑한 제목이, 이 책...  수필집인가? 상상했건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역시나 만만치가 않다.


1권을 단숨에 읽고나서 리뷰를 쓰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듯

2권 역시 머뭇거리게 되었다.


"교육,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

학부모인 나는 벌써부터 뜨끔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1권은 공부와 경쟁의 숨막히는 경쟁에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참 교육인의 모습을 한 교사부터, 그저 학생들을 엄하게 다루면서

좋은 대학에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부모와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 꿈 앞에서 스러지는 아이들

등장하는 인물 역시 다양하다.


1권에서 여러 인물들의 관계는 긴장감을 준다.

 다양한 스토리가 얽혀있지만, 그 모든 것이 내달리는 방향은 한 곳이다.

조정래 작가다운 밀도와 긴장감이 1권의 흡입력을 만든다.


2권에서는 이제 "... 그리고 " 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를 작가의 목소리와 격려와 조언이 들리는 듯 하다.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손자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느낀 심정이,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때의 심정과

같았다는 작가의 말에 탄식이 느껴진다.

 

 

 

공부는 무엇을 많이 알기 위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다.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딱 한마디로 하자면, 나만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하는 것처럼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그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예의를 몸에 익혀야 하고 기본 교양을 갖춰야 한다.

푸르게 푸르게 자라라... 87p.


공부를 왜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려운 물음에, 쉽게 찾는 답은 없다.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 예의를 익혀라... 는 구절을 곱씹어 읽었다.

사람과 사람간의 예의.

그런 기본 원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하는구나.

푹 쉬어. 그 정도면 충분해. 네가 맞아. 걱정마..

누구의 잘못인가 .. 136p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고 한다.

마치 좋은 부모 체크리스트라도 되는 양,  

내가 이중에서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이 몇개인지 세어보기도 했다.

손에 꼽은 갯수가 많지 않다.


아이에게 해주면 좋을 말들도 간추려 봤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 힘들었지~ 라는 인사를 건네자.

학습지를 펴고 책상에 앉아있을 딸에게는 "쫌 놀아~"라며 미소를 건네자.

실수를 하고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에게는 "괜찮아. 걱정마~"라고 안심시켜주자.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을 찬찬히 살펴보니,

공감과 위안의 말들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을 헤아려주는 것

그 어떤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믿음인듯 하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이 다 다르듯이, 개성과 능력도 다 제각각 다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소질과 재능, 그리고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도 그 선택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226p



개성과 능력이 다른데,

백점을 강요하는 학교, 일등을 원하는 사회.

하고 싶은 거 해~ 굶지 않아.. 라는 소제목처럼

아이가 아이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은 성심껏 하면 굶지 않게 해준다"



소박하지만 단단한 믿음, 이거 하나면 된다.

그래, 믿어보자.

 

부모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밥 굶으면 배고프고,

잠 못 자면 졸리운 것과 똑같은 본능입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핏줄이되,

그 생명체로서의 존재를 완전히 독립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 빛의 배움터... 279p

...


우리 조상들의 말 중에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 수많은 부모들이 자식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기 때문에 숱한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 객관화'라고 한다.

자식과 나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 그것부터가 자기를 객관화하는

일이라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대물림의 대물림을 거듭한 우리 사회 부모들의 실수는

결국 나에게도 맞닿아 있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풀꽃같은 존재들 .. 162p.



운동장에 나와 앉은 아이들 앞에서

강교민 선생님이 시를 낭송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이라는 시를 원래도 좋아했는데,

작품속에서 그려진 풍경이 가슴이 저릿했다.

풀꽃같은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은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없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풀꽃같은 아이들...

군락을 이뤘을 때 거대한 푸른 물결을 일렁인다.

제 이름 하나 없이 '풀꽃'이라 불리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다 다른 풀꽃이

우리 아이들이다.


당신은 어찌할것인가.

하나씩 들여다볼 것인가.

군락을 이루는 풍경을 즐길 것인가.

그도 아니면, 그 속에서도 일등을 외칠것인가.


그래, 당신은 이제 어찌할 것인가!


풀꽃은 꽃이다... 2권을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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