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겁니다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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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공감과 함께 한 가지 위화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완벽한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나 역시 스스로 주의력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읽어 내려갈수록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과연 주의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엉덩이의 힘일까, 아니면 한 가지 생각을 며칠 동안 멈추지 않는 정신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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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황농문 교수의 <몰입> 같은 책에서 묘사되는 위인들의 일화를 보며 압도당하곤 한다. 하나의 난제를 풀기 위해 몇 주, 몇 달 동안 온 신경을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롭지만,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이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딴생각에 잠기며, 쉽게 주의력이 분산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산만함’은 성인 ADHD라는 특정한 이름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겪는 보편적인 상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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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산만함을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라는 단어로 재정의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해 온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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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책에서 제시한 ‘동시다발적 뇌의 사이클’과 시간표는 매우 실용적인 힌트를 준다. 저자는 뇌가 [새로운 것 → 흥분 → 몰입 → 시스템화 → 루틴 → 지루함]의 단계를 거쳐 다시 새로운 것을 찾는 순환을 억지로 끊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사이클을 역이용하여 여러 일을 나란히 굴리는 법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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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핵심은 ‘원칙 3가지’에 있다. 첫 번째는 지루해지면 다른 일로 갈아타는 것이다. 글을 쓰다 지치면 그림을 그리고, 숫자를 보다가 사람을 만나는 식으로 뇌의 다른 부위를 자극하면 된다. 이는 하는 일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는데 의미가 있었다. 두 번째는 막히면 갈아타라였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는 대신 과감히 손을 놓을 필요도 있다. 이유는 고민하며 마음속에 품은 생각은 딴짓을 하는 동안에도 무의식 속에서 해결하기 위해 두뇌는 계속 동작하기 때문이다. 의식이 가로막은 자유로움을 무의식의 영역에 던져 자유롭게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하루 3바퀴를 돌리는 것인데, 나에게는 그보다 한 턴만 돌려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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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일과가 짜여 있기 때문에 아침 시간에 자기 계발을 위해 투자한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고민했던 주제를 회사 일과를 시작하며 잊고 있다가 다시 오후 1시에 재방문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오전 막혔던 작업(일A)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대신, 전혀 다른 분야의 일B와 일C를 처리하고 돌아왔을 때 거짓말처럼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ADHD 기질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한 가지 기획서나 보고서를 붙잡고 진도를 나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든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훌륭한 워크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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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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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들처럼 단 하나의 주제에 평생을 몰입할 수 없는 평범한 집중력을 가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의지력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산만한 뇌를 달래며 여러 우물을 나란히 파는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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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환자를 위한 위로를 넘어, 주의력이 시시각각 분산되는 현대의 평범한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시스템 설계도를 제시했다. 나만의 속도와 평범한 집중력 수준을 인정하고, 뇌가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유연하게 갈아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복잡한 세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가장 똑똑한 요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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