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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퇴근, 성과 두 배, 덴마크의 경쟁력 제3의 시간
하리카이 유카 지음, 정지영 옮김 / 센시오 / 2026년 6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일은 오래해야 품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80% ~ 90%까지는 빠르게 완성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80% ~ 90%를 만드는데 들인 시간 이상을 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일종의 프레임일지도 모른다.
국가라는 환경 속에서는 우리는 삶을 보낸다. 어릴 때는 가정에서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규범을 익히고, 학교에서 단체 생활과 인간 관계를 배운다. 개인이 속한 범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가치관을 배운다. 그래서 대한민국 의무 교육을 끝마친 우리들은 마음속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자리를 잡게 된다.
지식은 토론보다 주입식으로 받아들이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타인에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느낀다. 또한 튀는 행동은 눈총을 받게 되고,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해 행동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런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던진 사람, 큰 공헌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속성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단단하다. 그들은 사회가 씌운 프레임을 벗어난 사람들이고, '도전 - 실패 - 깨달음'의 선순환 루프로 무한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프레임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문화, 민족성, 사회 환경이라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만든 결과이고, 쉽게 바뀔 수 없는 부분이다.

<4시 퇴근, 성과 두 배, 덴마크의 경쟁력 제3의 시간>은 덴마크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인으로 덴마크인 남성과 결혼해 15년째 덴마크에서 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는 비슷한 면이 많아 일본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덴마크라는 국가, 그리고 덴마크인의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인이 보기에도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덴마크'라는 나라는 마치 '이상적인 자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완벽한 계획보다 실행을 강조하는, 합리적이라면 그 방향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환경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이처럼 거대한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띨 수 있는 근간에는 그들의 독특한 교육 환경과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그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초등학교 시간표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한다. 정해진 정답과 틀에 순응하도록 훈련받는 우리의 교육 환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덴마크인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정해진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혁신과 도전을 일상화할 수 있다.

일에 대한 접근 방식 역시 우리가 가진 '완벽주의 프레임'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덴마크 사회에서 일은 철저히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본질과 무관한 형식이나 절차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세상에는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는 믿음으로 일단 작게라도 실행해 보며 시행착오를 통해 궤도를 수정해 나간다. '건너면서 다리를 만드는' 그들의 방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가능하다. 상사들 또한 직원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관대하게 수용하며, 오히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직원의 당돌한 질문을 불평이 아닌 업무에 대한 관심과 주도성으로 환영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서로에게 무리한 헌신을 강요하지 않는 '상향 평준화된 평등'이다. "나도 참으니 너도 참아라" 식의 억압이 아니라, "나도 무리하지 않을 테니 너도 무리하지 마"라고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는 직장 내 진정한 '휘게(편안함)'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해 확보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 즉 '제3의 시간'은 개인의 삶을 재충전하고 다시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오랜 프레임과 사회 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한 국가 시스템을 당장 덴마크처럼 뜯어고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각자가 개인의 삶 속에서 작은 '덴마크'를 세울 수 있다는 힌트를 준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것, 완벽함에 집착하기보다 일단 실행하며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제3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사수하는 것. 진정한 성장과 워라밸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버티느냐가 아니라, 그 프레임을 벗어나 나만의 룰을 얼마나 유연하고 견고하게 다지느냐에 달려 있음을 덴마크 사람들은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