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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 인간의 비합리성을 밝혀낸 행동경제학, 그 시작과 완성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6년 3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전통 경제학은 금융시장을 완벽한 계산과 수식의 세계로 설명합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은 인간은 언제나 자기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만을 컴퓨터처럼 골라내는 가상의 존재인 '합리적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승자의 저주>는 이처럼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완벽한 인간 대신, 부족하고 흔들리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진짜 우리들의 모습을 다룹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판단 오류와 마음의 작동 방식을 배울 수 있었으며, 나아가 행동경제학이 뇌과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공부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불어 이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실천해 온 저의 투자 여정에 직접 적용해 보며, 스스로가 오류가 많은 인간임을 인정해야 제 자산을 지키는 똑똑한 투자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가장 흥미로운 인간의 성향 중 하나는, 우리가 전적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양보하지도 않는 '조건에 따라 협조하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정직하고 공정하게 대하면 나도 기꺼이 협조하지만, 상대가 부당하게 욕심을 부리면 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기필코 보복하고 마는 상호성의 본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마음이 나타났던 사건들이 있습니다. 대형 투자 기관의 불공정한 횡포에 분노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단결하여 대항했던 일이나(게임스톱 공매도 사태), 주주의 약속을 저버리는 기업들을 징벌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모두 팔아 시장을 떠나는 현상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손익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은 개인에게 손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뇌과학과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것이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존엄성과 시장을 스스로 바로잡으려는 강력한 작용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분명 숫자상으로는 손해인데, 마음은 만족한 경우. 손해는 봤지만 지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지만, 저는 남들이 분노에 휩쓸려 흥분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시장의 일시적인 소음을 묵묵히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은 돈의 절대적인 액수보다 자신이 서 있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이득과 손실을 느낍니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전망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10도의 방에 있다가 20도 방에 들어간 사람은 따뜻함을 느끼지만, 30도 방에 있다가 20도 방에 들어간 사람은 서늘함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최종 온도는 똑같이 20도로 같지만, 내가 어디서 시작했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기분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더욱이 인간은 똑같은 액수라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 느끼는 아픔을 두 배 이상 크게 느끼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에 갇히면 주가가 떨어질 때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본전 생각에 억지로 버티다가 더 큰 낭패를 보곤 합니다. 예전에는 경제학 공식에 맞지 않는 인간의 이런 불안이나 감정을 쓸데없는 소음으로 치부했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우리가 마우스 커서의 동선과 클릭 시간과 같은 미세한 패턴을 학습해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의지력의 양과 소모되는 정도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은 미래의 계획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나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메타인지, 즉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의지력에 기대어 공포와 싸우는 대신, 애초에 흔들릴 틈이 없도록 나를 강제로 통제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재정 계획에 적용할 좋은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월급날 고민할 틈도 없이 돈이 빠져나가도록 적립식 투자 계좌나 강제 저축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이와 더불어 돈에 각기 다른 마음속 꼬리표를 붙여 다르게 취급하는 버릇을 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매달 급여 통장의 잔고를 바로 영원으로 만들어 충동 소비를 원천 차단하고, 쓸 때마다 지출의 아픔을 뇌에 바로 전달하는 체크카드만 소비 통장에 연결해 두었습니다. 또한 매일 적립하는 투자금은 인터넷 뱅킹 앱에서 아예 보이지 않도록 숨겨 두어, 머릿속에서 '없는 돈'으로 묶어두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지켜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저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키워가는 게 목표입니다. 저는 인간이고 기계가 아니기에 자본주의 시장에서 다양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읽고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본능과 생각의 한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나는 아니지'라는 생각보다 잘 단련된 부분과 취약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뇌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막고 나를 보호하는 최고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인정하고, 나를 바꾸려 하기보다 나를 담아둘 튼튼한 시스템을 만드는 지혜는 <승자의 저주>가 저에게 남겨준 귀중한 이정표였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