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X 리더십의 본질 - AI 전환시대, 리더가 갖춰야 할 8가지 핵심역량
유경철 지음 / 천그루숲 / 2026년 4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올해로 직장생활 20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요즘 직장의 풍경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는 외부에서 상명하복, 수직적인 문화가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회사였는데, 직장의 분위기가 많이 유연해졌습니다.
전에는 팀마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 일하던 문화는 자율 좌석제로 변경되었고, 아침 8시로 고정된 출근 시간은 유연 근무제 도입으로 8시가 아니어도 10시까지 출근해서 1주에 40시간 이상만 일하면 됩니다. 조직 내 근무 환경 변화는 문화 변화를 동반했고 과거 직장의 공기를 채우던 서류 넘기는 소리, 동료 간의 가벼운 잡담, 대면 보고의 긴장감은 모니터 뒤로 숨어버렸다.

더불어 디지털 문화의 확산과 AI 환경의 가속화로 대화는 메신저의 텍스트와 대시보드의 데이터로 대체되었고, 업무 프로세스는 AI 솔루션에 의해 실시간으로 최적화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특유의 온기와 불확실성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디지털과 효율성이었습니다.
척박하게 변해버린 환경 속 리더와 직원의 관계 역시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직원은 수치화된 성과 지표를 추종하고, AI가 제시하는 가이드를 따르고 팀장이나 그룹장들은 화면에 기록된 로그로 업무 진행 현황을 파악하고, 협업 시스템에 등록된 산출물을 확인합니다. 지식과 정보의 독점이 곧 권력이던 시절은 끝이 났고, 챗봇에게 질문 몇 번만 던지면 경력 수십 년의 부장이 내놓는 것보다 정교한 대안이 즉시 출력되는 시대가 되었다. AI 시대가 가속화되며 리더와 직원은 서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경철의 <AI x 리더십의 본질>은 이 건조한 균열의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AI 시대의 일터가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이분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직장 내의 관계를 지시를 내리는 리더와 직원이라는 전통적인 2원 관계가 아닌 그 사이에 AI를 끼운 삼각 구도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삼각 구도는 필연적으로 리더십의 본질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었습니다. 지식의 평등화가 이루어진 환경에서 리더는 더 이상 정답을 지시하는 통제자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리더가 섣부르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수를 두는 순간, AI와 데이터로 무장한 직원과의 관계는 단절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리더십은 통제가 아닌 자율성의 설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리더는 직원이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인식하도록 돕고, 업무의 세세한 과정은 과감히 위임하되 결과물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파트너십의 관점으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리더십 도서와 처세술서는 직원과의 공감과 소통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책이 제안하는 공감은 "귀를 기울여라", "따뜻하게 말하라"와 같은 온정주의적이며 추상적인 외침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반면 <AI x 리더십의 본질>에서 말하는 AI 시대 리더의 공감은 기술적 변화에 발맞춘 생존 전략이자 구조적 프레임워크와 같았습니다.
<AI X 리더십의 본질>는 공감의 출발점을 리더 개인의 지적 겸손과 메타인지에서 찾았습니다. 저자는 리더가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인지하는 상태가 먼저라고 말하며 과거 성공 방정식의 유효기한이 끝났음을 인정하는 언러닝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건네는 공감은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하는 부분은 많은 공감이 되었다. 또한 리더가 먼저 자신의 한계와 취약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나도 이 새로운 기술과 변화의 속도를 다 감당하지 못한다. 함께 답을 찾아보자"라고 손을 내미는 모습을 통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AI x 리더십의 본질>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독자에게 막연한 기술적 공포나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자는 담담하고 균형 잡힌 어조로 데이터가 지배하는 척박한 일터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정점을 향해 갈수록 그 기술을 다루는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취약성을 공유하는 용기'와 '의미 부여의 힘'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책을 단순히 리더의 처세 기술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으로 생각했지만, 디지털이라는 건조한 사막 한가운데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어떻게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 밝혀내는 현실적인 안내서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