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 9가지 형태로 보는 현대 미술
스즈키 히로후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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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미술관에 가본 횟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술품 앞에 서 있는 주인공들을 본다. 그윽하게 작품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화가와 교감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과장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진심으로 미술품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렇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 정도의 경지는 바라지는 않고, 내가 원하는 건 미술관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는 '자신감' 정도였다. 나는 왜 미술관을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는 마치 나처럼 미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 '미술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공식 같은 건 아니지만 이 책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9가지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 6가지까지는 어떻게든 쫓아가 보겠는데, 마지막 3가지 형태인 '현대 미술' 부분은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첫 번째 파트는 미술을 '차원'으로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작품 속의 이야기를 즐기거나, 작품 표면의 질감을 즐기는 것 마지막으로 캔버스나 예술품이 있는 공간을 하나의 미술품으로 보는 과정이었다. 가장 알기 쉬운 건 작품 속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림에서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대에는 왜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합리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가 비유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동영상 촬영이 쉽지 않았던 시기에는 '그림'으로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보다는 미화된 모습으로 표현하는 건 현시대의 카메라 필터처럼 미화해서 보이는 모습이 비슷하다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추상화'의 등장 파트다. 내가 생각하는 추상화란 일반적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뭔가 화가의 오묘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그런 작품들 말이다. 그런데 추상화의 등장 배경은 마치 현시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화가 등장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카메라'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기에 화가들의 역할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진기'가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추상화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무엇을 물어도 척척 답하는 AI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AI가 일상에 스며들며 지식의 가치가 제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지금까지 답을 구할 엄두가 안 나는 질문을 AI에게 마음껏 던지고, 이종 간의 지식을 결합한 인사이트를 요구하며 개인의 인지적 한계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사람은 추상화를 그리는 사람처럼 진화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며,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여전히 현대 미술은 알쏭달쏭하고,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는 미술품을 마주할 때 지레 겁을 먹거나 지나친 경외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과거의 화가들이 카메라의 등장이라는 위기 속에서 추상화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듯, 나 역시 책을 읽으며 그림 속 옛사람들의 모습을 틱톡에 비유해 보고 추상화의 탄생을 AI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연결해 보며 인지적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림 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렌즈를 달아준 기분이다. 이제는 미술관의 묵직한 문을 밀고 들어갈 '자신감'이 생겼다.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포인트를 이정표 삼아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다가가려 한다. 설령 화가의 의도를 100% 꿰뚫어 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캔버스 너머의 이야기와 교감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지혜로워진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미술관에 갈 이유는 충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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