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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5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26년 3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글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몇 백 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현시대에 읽어도 통찰을 주기 때문이다. 난 서평을 쓰기 전에 나의 어리석음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먼저 고백하고 시작한다. 군주론과 마키아벨리, 난 세계와 같은 역사를 잘 모른다. 그래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해서 '마키아벨리'를 왕으로 생각했고, 그가 '군주'로서의 생각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어도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책의 첫 장인 '헌정사'를 읽어보면 마키아벨리가 로렌초라는 군주에게 이 책을 바치고, 부디 본인을 불쌍히 여겨 거둬 달라는 글이 마지막에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즉, 그 의미는 당시의 권력자에게 이 책을 바치오니 부디 본인을 등용해 달라는 의미가 깔려있었다는 점이다. 즉, 그는 14 ~ 15세기의 초엘리트 행정직이었는데, 새 행정부가 들어서며 좌천되었고 다시금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복귀시켜 달라는 요청이다.

즉,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가 있는 시대의 실세였던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는 그의 지혜와 통찰이 응축된 한 권의 책이었다. 짧지만 이 정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첫 장부터 내용은 강렬했다. '군주'로서 권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그의 통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그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겁니다라고 개략적인 설명을 한다. 마치 책의 목차와 같은 부분인데, 단순히 목차를 나열하지 않았고 왜 이렇게 분류했는지를 명확히 한다. 그는 책에서 과거의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분석한 결과 '군주론'을 완성한 것이고, 분석의 결과에서 <군주론>에 담을 주제를 발굴하고, 주제별로 해당되는 사례를 담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신생 군주국, 세습 군주국, 종교 군주국으로 나눴다. 그리고 이 책은 신생 군주국에 초점을 두고 쓰인 책이다. 그 이유는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당시 신생 군주인 메디치 가문에 등용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로렌초에게 전달한 신생 군주국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고전으로서 나에게 다가온 가치는 "신생 군주국"이 그 나라를 통치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 때문이다. 그리고 '신생 군주국'이 마치 내가 처한 현재 직장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각 부문의 본부장들을 외국인으로 계속해서 교체하는 중이다. 순차적으로 교체가 이뤄지고 있었고, 다소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내가 소속된 곳의 본부장도 외국인으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약 3년여의 시간 동안 그의 행동과 그가 바꿔온 것들에 적응하며 일하고 있었다. 그의 일련의 행동들이 새로운 세력이 들어오며 늘(?)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고, 각 거점에 새로운 인물들을 파견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새로운 프레임을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씌우는 과정들... 나는 이런 것들이 의례 당연하게 하는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군주론>에서 말하는 신생 군주가 새로 얻은 지역을 다스리고, 복종 시키는 과정과도 오버랩되는 전략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마키아벨리가 신생 군주에게 전하는 조언의 대부분을 그는 우리 본부의 우두머리로 오면서 하나 둘 실행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부터 이렇게 준비해 가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군주론>에서 배운 것일까? 설령 그런 것들을 알았더라고 현실의 비즈니스 세계에 이론을 직접 구현하는 그의 능력이 참으로 탁월하다 생각했다.
마치며,
기록도 흔치 않았을 14 ~ 15세기에 마키아벨리가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의 여러 군주들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지배하는 과정의 데이터를 모았다는 점에서 그의 엘리트적이고 근면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권력의 생성과 유지 그리고 소멸의 과정들을 일련의 사례를 통해서 분류하고, 거기서 얻은 통찰을 개념화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감탄스러운 따름이다.
현시대는 AI를 통해 무엇이든 분석해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예로 든 정치적, 외교적 사례 이상의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할 수 있다. 데이터가 많다고 도출되는 핵심 개념들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면 세상에 흐르고 있는 진리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사람의 표현에 따라 같은 진리임에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렇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고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숨겨진 진리와 통찰을 당시의 사례를 토대한 현실적인 전략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추앙받는 책이 지금은 존재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군주론>에서 사례로 드는 역사적 사건들은 역사적 배경을 약한 독자들에게는 집중력을 흐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좀 더 현실적이게 읽으려면 책에서 소개하는 역사적 사례들은 과감하게 스킵하고 그의 통찰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그 메시지를 자신의 주변 환경에 투영해서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