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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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처음엔 5분도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는 게 힘들었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최소 10일은 걸린 것 같았다. 독서한 내용을 기억해 보고자 줄 긋기도 해보고, 포스잇도 붙여보고, 메모도 하고, 접어도 봤다. 책장을 덮은 뒤 머리에 남는 건 없었다. 예전의 내게 독서가 준 아픔들이었다.


5분을 읽었으면, 5분을 쉬고 다시 5분을 읽었다. 이렇게 한 번에 독서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매일 아침 독서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권은 충분히 읽었고, 이제는 이틀에 한 권 완독하고 서평까지 써낼 수 있다. 더 이상 책에 줄 긋거나, 메모는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고, 촬영된 이미지에 메모한다. 그리고 AI의 도움으로 궁금증을 해결하고, 사유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방치하지 않고 지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에 쓴 문단과는 상당히 다른 독서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다. 바로 꾸준한 독서를 통해 성장한 나의 이야기다.



이번에 <독학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어떤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인가?'라는 기대로 첫 장을 열었다. 작가가 자기 계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과 생각들이 나의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놀랐다. 나는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책을 통해 느낌들의 실체와 어떤 부분에서 생각에 변화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도 작가와 같이 어릴 때 호기심이 참 많은 아이였었다. 작가와는 반대로 나는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지, 그걸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왜"만 가득 차 있어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호기심을 가만두지 않았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가 책에서 본인의 지식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라는 챕터였다. 요즘 책을 읽으면 모르는 개념이나 호기심 있는 주제들이 발견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이건 왜 시작되었지?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지?"와 같은 질문이 연이어 생긴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이 해결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질문이 파생되고, 호기심이 사라질 때까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곤 한다.



내가 이런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안에 있는 AI를 통해서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읽을 때 한 손엔 스마트폰이 꼭 들려있다. AI한테 질문하면 궁금함을 빠르게 해결하고, 다음 호기심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고민하고, 사유의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이 진정한 지식이자 지혜라고 하겠으나, 내가 AI를 사용해 지식을 탐구하고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취득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사유의 과정이고, 간접 경험을 확대하며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올해로 나의 독서 경력은 10년 정도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나의 학창 시절을 되짚어보면 교과서, 전공서적을 '본'것 외에는 스스로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교과서나 전공서적은 시험을 목적으로 암기하기 위한 글을 봤을 뿐, 그래서 머릿속에 남는 개념들이 별로 없다. 운이 좋게 큰 기업에 취업해 올해로 20년 차가 되었다. 직장 생활을 선배님이나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왔을 뿐, 업무 전문 분야 서적이나 능력 향상을 위해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멕시코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때 난 나의 세계관의 크기와 지식의 짧음에 충격을 받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10년 전이다.

독서를 습관으로 안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했으나, 근근이 이어온 기간도 꽤 오래되었다. 독서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러 유혹을 뿌리치고 상당한 기간을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으나 지식이나 내면의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독서를 시작하고 7년 차부터) 무언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겼고, 세상 속에 원래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개선되었고, 꾸준히 하는 지속력 또한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작은 루틴으로 시작한 것들이 좋은 습관으로 발전했고, 리추얼이 되어 나의 하루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외에도 내 안에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독학이라는 세계>에서도 저자는 책으로 바뀐 자신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즉, 스스로 공부하고 꾸준히 책을 읽으면 분명히 내 안의 변화가 생긴다는 점이다.

마치며,

특이하게 <독학이라는 세계>의 후반부에는 성경을 읽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무신론자라서 특정 종교를 추종하는 건 성향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성경을 읽으라는 조언에 매력을 느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인류가 이뤄낸 모든 문화의 밑바탕에는 종료가 깔려있다.'라는 저자의 말 때문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영화, 책, 사회적인 현상에서 '종교적인 원인'이 밑 바탕에 깔려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성경도 읽어본 적이 없고, 무신론자이기에 숨은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책의 저자가 종교를 설파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끼워 넣은 건 아니다. 성경을 이해하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이야기였다.

공부는 어릴 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다르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어른의 공부는 유년 시절의 공부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어릴 때의 학습은 정해진 최소한의 교양을 쌓기 위해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며 자기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면, 어른의 공부는 자신이 가진 호기심을 스스로 증폭시켜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일까? 만약 내가 치열하게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고, 치열하게 서평을 쓰는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 지금의 내가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어쩌면 평행 우주처럼 보일 수 있는 우리들의 미래, 처음엔 작아 보이는 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커진다. 그리고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하는 것들은 긴 시간 동안 누적될 경우 큰 가치로 보답할 거라 생각한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런 담금질의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온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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